중진들은 재신임 투표 만류
문 대표와 한밤 긴급회동
문 대표와 한밤 긴급회동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1일 최고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기로 하며, 새정치연합 내부 갈등은 대혼란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당내 중진들이 재신임 투표를 적극 만류하고 나서면서 이날 밤 문 대표와 이석현 국회 부의장, 박병석 의원 등 당내 주류·비주류 중진들이 서울 시내 모처에서 함께 모여 긴급 회동을 갖는 등 당내 갈등을 막기 위해 애써 막판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자신의 재신임 문제를 놓고 최고위원들과 격론을 벌였다. 재신임 투표에 확실하게 찬성한 사람은 전병헌 최고위원뿐이었다. 문재인 대표는 주승용·오영식·유승희·이종걸 등 반대하는 최고위원들과 언쟁을 벌이다가 자신이 준비한 재신임 방안을 대변인에게 발표하도록 지시하고 회의장을 떠났다.
김성수 대변인은 “재신임 투표는 9월13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실시하고 결과는 16일 중앙위원회가 끝난 직후 공표하기로 했다”며 “전 당원 전화자동응답(ARS)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각각 실시하고 어느 한쪽에서라도 불신임을 받으면 그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재신임은 당헌·당규에 절차 규정이 없어 대표의 결단으로 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재신임 투표 준비 및 진행을 위해 신기남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전 당원 투표 및 국민여론조사 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석현, 박병석 등 3선 이상 중진 의원 17명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모여 “당내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아 이날 밤 문재인 대표에게 전달했다. 중진들의 의견은 사실상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 강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석현 의원이 직접 문 대표를 만나는 등 당내 갈등 접점 찾기 시도가 밤까지 이뤄지기도 했다.
당내 비주류는 일제히 반발했다.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과 최재천 정책위의장 등은 성명을 내어 “일방적인 재신임 절차는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무효”라며 “강행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누구도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혁신위안과 재신임을 재검토하라고 문재인 대표에게 요구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존폐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므로 최소한 최고위원회의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지원 의원은 “(재신임) 방법의 결정은 당 공식 기구에서 하는 것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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