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오영식 최고위원의 ‘재신임 투표’ 재고 요청 발언을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표를 유신헌법을 강행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빗대서 한 말이 당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자 하루 만에 사과했다.
이 원내대표는 13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제안을 두고 “박 전 대통령 시절 유신을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 처리를 강행하면서 재신임을 요구한 사실을 빗대 말한 것이다.
또 “(영화) <변호인>의 상징인 문 대표가 재신임을 내놓으면 국민이 박 전 대통령을 떠올리지 않겠나”라며 “재신임은 유신시대의 언어로, 진보세력에게는 트라우마가 있다”고도 했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당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기식 의원은 트위터에서 “정치적 비판에도 언어적 금도가 있다. 당내 문제에 대해, 더구나 선출된 당 대표에게 ‘유신’을 운운하는 것은 과한 수준을 넘어선 문제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오히려 갈등을 격화시키는 현실에 절망한다”고 질타했다.
최재성 새정치연합 총무본부장은 트위터에서 “이종걸 의원은 왜 정치를 합니까. 국민은 어디에 있습니까. 중진모임에서 문 대표 흔들기를 중단키로 하고 재신임 연기를 요구했고 대표가 받아들였다. 그런데 재신임은 박정희 유신과 같은 것이라고? 책임을 묻겠다”며 징계 추진 방침을 내세웠다.
정의당 등 야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트위터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까지 왜 이럴까요? 이종걸 원내대표님!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제안이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어떻게 박정희 유신독재 추진 과정과 비교를 하나요? 정말 막가자는 건가요?”라며 싸잡아 비판했다.
당 안팎에서 거센 비난 여론이 일자 이종걸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진의와 다른 표현으로 인해 잘못 전달된 점에 대해 깊이 유감으로 생각하고, 국민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오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께 잘 말씀드렸다”며 사과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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