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SNS 활용법 각양각색
정치인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면? 쉽게 말해서 망한 거다. 자질과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면 뭐해. 유권자의 관심과 지지를 얻지 못하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없고, 선거에서 떨어지면 말 그대로 ‘꽝’인게 정치다. 그러니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부단히 알리려고 애를 쓴다. 오죽했으면 “정치인은 ‘부고 기사’(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만 빼고는 자신과 관련한 기사는 다 좋아한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연예인들이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정치인에게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는 홍보의 장이자, 소통의 창구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SNS를 통해 정치인들은 자신을 홍보하고 유권자들과 소통한다. 그러나 정치인 저마다의 정치 철학과 스타일이 다르듯, SNS를 활용하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이를 들여다보면 정치인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먹방·셀카…소탈하고 친근 강조한 김무성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SNS는 여느 정치인의 것과 차이가 난다. 자신의 의정활동과 지역구 활동 알리기에 치중하는 초재선 의원들과 달리 김 대표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국회 잔디밭에서 손자, 손녀와 시간을 보내는 모습, ‘매너다리’(키 큰 사람이 키 작은 사람과 사진을 찍을 때 다리를 ‘쩍’ 벌려 키를 맞춰 주는 모습)를 한 채로 대학생들과 우스쾅스럽게 ‘셀카’를 찍는 모습, 회의 중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동료 의원들과 손으로 ‘브이’(V) 표시를 하며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 등이다.
특히, ‘먹방’(먹는 방송)이 대세인 상황에서 김 대표의 SNS에도 음식을 먹는 사진들이 많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준비하며 국회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시켜먹고, 지난 7월말~8월초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국회 앞 식당에서 김치찌개로 식사를 하는 모습을 올리는가 하면, 사무실에서 셔츠 단추를 풀어 헤치고 자장면과 군만두를 ‘흡입’하고, 배우인 아들과 콩국수를 먹기 위해 여의도의 한 식당을 찾은 사진도 올라와있다. 지난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딸과 손자, 손녀를 데리고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부산의 한 돼지국밥집에서 식사를 한 모습을 담은 사진은 여러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기도 했다.
SNS 속 김 대표의 모습은 소탈하고 친근하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집권 여당의 사령탑으로 하루하루를 빠듯한 일정 속에 바쁘게 보내는 김 대표가 손자, 손녀와 시간을 보낸다 한들 얼마나 보낼 수 있겠으며, 음식도 도시락, 김치찌개, 자장면, 콩국수, 돼지국밥 등 서민음식만 먹겠는가. 그렇지만 이런 사진을 통해 여당 대표도 여느 할아버지와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김 대표의 SNS 활용법이다. 이곳에서는 청와대와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공세로 힘들어하는 김 대표의 모습은 애당초 없는 것이다.
문재인, 이미지보다 텍스트…보좌진이 올린 건 따로 표기
반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SNS 활용법은 김 대표와 차이를 보인다. ‘이미지’보다는 ‘텍스트’다. 그래서, 아, 이거야 원 딱딱하고 건조하다. 소탈하고 친근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재인 대표는 현안에 대한 견해나 입장을 밝힐 때, 주로 SNS를 활용한다. 당원들에게 메시지를 던질 때도 이를 이용한다. 그래서 그가 올린 글을 통해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갈등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의 SNS보다 ‘재미’는 덜할 수 있다.
최근 혁신안을 두고 당내 논란이 일자, 문 대표는 비판 세력을 겨냥해 “패권주의나 계파주의 없는 통합이 혁신의 목표입니다. 그러니 혁신의 절반은 단합입니다. 비판만 말고 건설적인 의견을 보내주십시오”라고 적었고, 최근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이 당 혁신안 의결을 다룰 중앙위원회 연기와 자신이 던진 재신임 카드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을 때도, 문 대표는 SNS에 ‘인 전 대표께 드리는 답글’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려 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전국연합근로단체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근혜의 못된 입이 다시는 놀려지지 못하게 아예 용접해버려야 한다는 것이 이 나라의 한결같은 민심”이라고 ‘막말 논평’을 했을 때도 SNS에 글을 올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국민도 박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막말에는 모욕감을 느낀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물론 문 대표의 SNS에도 사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사진은 대부분 보좌진들이 올린 것이다. 사진에 “[의원실]”이라고 표시를 해, 문 대표가 직접 올린 것인지, 의원실 보좌진이 올린 것인지 구분을 명확히 한다. 김무성 대표의 SNS는 이런 구분이 없다.
‘일정 도배’ 이종걸·안철수…‘쓴소리’ 이재오·박지원
대권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양당 대표와 달리 여야 원내대표들의 SNS는 ‘알림용’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SNS는 ‘방송출연 안내’로 ‘도배’가 돼 있다. 그의 SNS에는 뭔가 잔뜩 올라와 있지만, 같은 무늬가 끊없이 반복되는 ‘도배지’(벽지)처럼 내용은 하나다. ‘0월 0일 0시 0분에 00방송에 출연합니다.’ 이게 전부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현장방문, 공청회 참여, 광복 70주년 자전거국토순례 등 의정활동과 각종 행사참여에 관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의 SNS는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의 중간지대 성격을 띄고 있다.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SNS를 통해 내면서 의정활동과 각종 언론인터뷰 등을 올려 대중들고 소통하고 있다.
이름을 알리고 재선, 삼선을 위해 주로 입법 등 의정활동이나 지역행사 등을 SNS로 홍보하는 초재선 의원들과 달리 중진 의원들 가운데는 SNS를 통해 당 지도부나 청와대에 쓴소리를 하는 등 소신 발언을 통해 존재감과 무게감을 과시하는 경우도 있다. 여당에서는 이재오 의원이, 야당에서는 박지원 의원이 대표적이다.
5선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정국 때 ‘원내대표 내쫓는 일을 그만두라’며 당 지도부와 청와대를 겨냥하고, 안대희·문창극 총리후보와 이완구 총리 등이 연이어 낙마했을 때도 ‘자기 편한 사람 기용하면 큰 재앙이 된다’라며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등 SNS를 통해 쓴소리를 이어오고 있다.
전략적 침묵 유승민…“언론 주목 부담스러워”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 역시 SNS를 통해 수시로 당 지도부에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는 최근 SNS에 글을 올려 “검찰에 공천권을 맡겨선 안된다”며 당 혁신안에 대해 반발하고, 지난 25일에는 자신의 탈당설에 대해 “당이 어떻게 하는가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혁신위의 결과발표는 형평성도 문제지만 당을 떠날 사람은 떠나라는 식의 탈당을 권하는 태도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특히 박 의원은 스스로 ‘중독’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스마트폰과 SNS를 열심히 한다. 박 의원은 지난 22~23일에는 휴대전화가 고장나자, SNS에 이를 알리고 “통화기록이 표시되지 않으니 문자를 보내달라”고 적어, 박 의원과 전화통화에 실패한 기자들이 SNS로 이런 사실을 전해받고, 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통화를 하는 일도 있었다.
전략적으로 SNS를 하지 않고 있는 의원도 있다. 국회법 거부권 파동을 겪으며 여당 원내대표에서 사임한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그렇다. 유 전 원내대표는 SNS를 닫아 놓은 상황이다. 그는 원내대표 취임 전까지만 하더라도 보좌진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신이 직접 계정을 운영해왔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원내대표에 취임하고 빡빡한 의정활동 탓에 SNS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잠정 폐쇄했다가 최근 원내대표 사퇴 뒤 계정을 다시 살리려고 했지만, 유 전 원내대표의 말 한마디, 행보 하나하나가 언론과 유권자의 주목을 과도하게 받아 부담스러워 계정을 살리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SNS 갈무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SNS 갈무리.
박지원 의원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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