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0일 오전 제70차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뒤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왼쪽)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후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에 대해 논의하려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청와대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김 대표가 1일 청와대의 ‘안심번호 합의’ 비난에 맞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지난 28일 관련 논의를 할 때 “청와대에 미리 알렸다”고 회동 과정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서자, 청와대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반대했다”고 재반박하는 등 진실공방까지 벌어지는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9월28일) 문재인 대표와 회동 전에 청와대와 상의를 했다”며 “(청와대로부터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찬성, 반대 의사는 듣지 않았지만, 이런 방향으로 내가 이야기를 전개하려 한다고 전했고, 회동 뒤 발표문도 그대로 (사진으로) 찍어서 (청와대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당시) 청와대(관계자)는 듣기만 했다”며 “나 혼자 (협상을) 다 한 것처럼 자꾸 비난하니까. 하도 답답해서 내가 이것까지 밝힌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이번 공천 주도권 싸움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전략공천’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향식 국민공천제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전날(9월30일) 청와대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사전협의 절차 등을 밟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런 중요한 내용을 절차를 밟지 않아 졸속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비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이 주재하는 당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하고 국군의 날 기념식과 비공개 일정으로 예정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당내 친박계를 향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의 ‘폭로’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오후 5시께 “(현기환) 정무수석이 (여야 합의에 앞서) 26일 김무성 대표를 만났다”고 시인하면서도 “김 대표가 안심번호를 (채택)하고 야당 대표를 만나겠다고 말해, 정무수석이 안심번호와 관련해 문제가 많다며 반대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청와대에 알려온 건 사실이나, 현 수석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합의 내용도 김 대표가 합의 뒤 알려왔다는 주장이다. 다만 현 수석은 이런 내용을 해외출장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재반박에 나서자, 김 대표는 일단 확전을 자제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현 수석이 그것(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우려하는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라는 표현을 한 기억은 없다”면서도 “굳이 (청와대가) 반대했다고 표현한다면 제가 수용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 대표는 또 “이걸 갖고 청와대와 공방을 벌일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경욱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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