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사업비 727억중 31% 배정
벚꽃·단풍놀이·해외여행 일색
“주민에 도움될 정책 펼쳐야”
벚꽃·단풍놀이·해외여행 일색
“주민에 도움될 정책 펼쳐야”
한국전력이 송전탑·변전소 주변의 피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주민복지사업’이 국내외 관광·나들이 용도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5일 “올해 1~8월 주민복지사업으로 313억원이 쓰였는데 이중 38%인 120억원이 선심성 행사인 ‘문화체험 및 관광’에 쓰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을 계기로 제정된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에 따라, 한전은 지난해 송전탑·변전소 인근 지역에서 주민복지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복지사업에 727억3600만원(4587건)이 배정됐고, 이중 문화행사 체험 및 관광 프로그램에 31%인 225억8000만원(2483건)이 잡혔다. 문화·관광 사업엔 이미 쓰인 120억원(1908건) 외에도 앞으로 105억7000만원(575건)이 더 들어갈 예정이다.
세부 내역을 보면, 한전은 벚꽃놀이, 불꽃축제, 단풍놀이 등 각종 마을 야유회에 돈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중국(한전 순천사업소)·타이(아산사업소)·터키(구리사업소) 관광 비용을 보조해주기도 했다. 성남사업소는 올해 안에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일본 온천 관광, 중국 만리장성 투어, 파타야 여행을 지원해줄 예정이다.
홍 의원은 “한전이 밀양 송전탑 사건의 교훈으로 힘들게 제정된 송주법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며 “한전은 송·변전 설비로 재산과 건강에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갈등을 무마시키기 위해 해외 관광까지 보내주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또 “송주법 8조엔 주민복지사업의 종류로 ‘편의증진시설 설치 및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명시돼 있는데 시행령 세부 지원 내용에 문화행사 체험 및 관광 프로그램이 끼어들어 있는 것도 문제”라며 “송주법 취지를 살리려면 시행령이 개정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유주현기자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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