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10월8일, 국회 본회의장. 당시 김옥선 신민당 의원은 사회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딕테이터(독재자) 박”이라고 지칭하며 군부독재 체제를 여섯가지 측면에서 비판했다. 그는 당시 정권을 스탈린, 히틀러, 무솔리니 등의 독재 체제에 빗대 “이들 체제는 전쟁심리 조성, 사이비 민주주의적 제도, 경찰의 테러, 매스컴 통제, 안정에 대한 약속, 지도자 원리 강조라는 6가지 특징이 있다”며 유신 정권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김 의원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당시 여당인 공화당과 유정회 소속 의원들의 반발로 장내가 소란에 빠지자 김진만 국회 부의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이른바 ‘김옥선 파동’의 시작이었다. 여당은 즉시 의원총회를 열어 김 의원에 대한 징계를 결의했다. 국가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고 국회의 위신을 손상시켰다는 이유에서였다. 정일권 국회의장은 직권으로 징계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했고, 야당 반대 속에 여당은 이를 단독으로 처리했다. 김 의원은 본회의에서 자신의 제명안이 처리되기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사퇴했다.
현재, 국회 회의록에는 김옥선(82) 전 의원의 당시 유신 비판 발언은 빠져 있다. “의장이 게재하지 아니하기로 한 부분임”이라는 설명과 함께 ‘ ―·―·― ’ 표시로 삭제돼 있는 것이다.
오는 8일 ‘김옥선 파동’ 40주년을 앞두고 김 전 의원이 “삭제된 국회 본회의 회의록을 복원해 달라”고 국회에 청원서를 냈다. 지난달 30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청원서를 낸 김 전 의원은 6일 <한겨레>와 만나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김 전 의원은 “내 행동에 대한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속기록 복원을 요청한 것은 사초를 바로잡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유신 체제를 비판한 발언을 40년이 지나도록 복원하지 않는 것은 여야를 떠나 후배들이 민주화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남장 여자’로 유명한 김 전 의원은 7, 9, 12대 의원을 지냈고, 1992년 대선과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바 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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