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도입 7년
태스크포스팀, 고시생·법학교수회·여야 정치인 등 접근
한국법조인회 “진상 규명 통해 의혹 조속히 해명해야”
한국법조인회 “진상 규명 통해 의혹 조속히 해명해야”
대한변호사협회(변협·회장 하창우)가 회장 직속기구인 ‘사법시험 존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사법시험 존치 입법을 위해 전방위로 활동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한 이익단체가 아니라 모든 변호사가 가입하고, 변호사 징계 등을 위임받은 공익적 성격의 단체가 특정 사안에 대해 정치적 목소리를 낸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겨레>가 입수한 변협 내부 문건을 보면, 변협은 사시 존치 법안 입법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사시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대한법학교수회를 입법 활동에 끌어들였다. 대한법학교수회는 언론에 사시 존치 기고 글을 적극적으로 내고, 고시생 모임은 국회에서 사시 존치 토론회를 준비하도록 했다. 고시생 모임에서 버스대절이나 지방 교통비, 식비 등을 요청하면 변협에서 지원해줬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뿐 아니라 사시 존치 입법을 위해 의원들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문건에 나온 이들의 ‘대국회 활동’을 보면, 새누리당 중진의원들과 면담을 추진해 최고위원회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논의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 설득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을 면담해 청와대에 반드시 이 내용을 전달해달라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야당에 대해선 비노(비노무현) 성향의 의원을 중심으로 입법을 추진하려 했다. 로스쿨 도입은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노 성향의 의원을 설득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 관계자는 “내부에 티에프가 있는 것은 맞지만, 고시생들한테 금전적으로 지원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사시 존치는 하 회장의 공약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 법안의 법제사법위원회 통과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전략을 세우는 건 맞다”고 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역시 “시위에 들어가는 비용은 사시 존치를 지지하는 시민과 변호사들이 개별적으로 후원해 주고 있을 뿐”이라면서도 “물론 저희 고시생 모임이 사시 존치라는 뜻을 같이하는 대한변협과 힘을 합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반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대한변협이 정치권 압박을 위해 조직적으로 각종 단체를 활용하고 이를 위한 경비를 부적법한 절차를 통해 사용했다는 의문이 든다”며 “대한변협은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해 조속히 해명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특히 대한변협은 변호사법에 따라 변호사 등록 거부 및 징계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등 법정 단체로서 개별 집단의 이익보다는 공공성을 지향해야 함이 엄중히 요구된다. 변협 회장 및 집행부와 의견이 다른 변호사들의 권익도 공정하게 지켜줘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변협에 금번 사태에 대한 직무 및 회계 감찰의 실시를 강력히 요청하며, 금번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대한변협과 한국법조인협회 공동으로 구성할 것을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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