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년 위원장 ‘대국민 사과’ 김대년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장이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정기한 안에 획정안을 제출하지 못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여야 추천인선 획정위원들
여야 대리전…‘첫 독립기구’ 무색
국회도 획정기준 정해줘야 하나
힘겨루기 벌이다 시간보내
총선직전 떠밀려 졸속획정 예고
지역구 260석 주장해 온 새누리
250석 방안도 내부서 고민
여야 대리전…‘첫 독립기구’ 무색
국회도 획정기준 정해줘야 하나
힘겨루기 벌이다 시간보내
총선직전 떠밀려 졸속획정 예고
지역구 260석 주장해 온 새누리
250석 방안도 내부서 고민
예견된 결과였다. 사상 처음으로 국회를 벗어나 ‘독립기구’로 꾸려진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 제출 법정시한’인 13일까지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여야 추천으로 인선된 획정위원들이 정치권 입김에 휘둘리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공’을 넘겨받은 정치권도 입장차가 뚜렷해, 선거일에 임박해 졸속으로 획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은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할 10월13일까지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까운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차질 없이 치러지도록 국회가 정치적 결단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획정위가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은 여야의 ‘직무유기’ 탓이 크다. ‘가이드라인’ 격인 획정기준을 국회가 마련해 획정위에 넘겨줘야 했지만, 지역구·비례대표 의원 비율과 선거제도, 공천 방식 등을 두고 힘겨루기를 계속했다. 획정위가 법정시한을 맞추기 위해 자체 기준을 만들어 획정 작업을 하겠다고 나섰으나, 결국 ‘빈손’으로 끝이 난 것이다.
이번 사태는 획정위 출범 때부터 예견됐다. 9명의 획정위원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몫인 김대년 위원장을 뺀 나머지 8명을 여야가 각각 추천한 4명으로 채워 추천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며 대리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획정안 의결도 위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능하도록 했다.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은 구조다.
획정위원들은 지역구 수는 현행과 같은 246석으로 잠정합의했으나, 늘어나는 경기도 의석수 7석 가운데 2석을 통폐합되는 농어촌 지역구로 돌리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쪽 위원들은 새누리당 우세 지역인 영남과 강원에 주자고 했지만, 야당 쪽 위원들은 영남과 호남에 각각 1석씩 배분하자고 맞섰다고 한다.
획정위가 “국회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달라”며 ‘공’을 국회로 넘긴 가운데, 여야는 담판에 앞서 ‘협상 카드’ 마련에 들어갔다. 그동안 ‘비례대표를 줄여 지역구 의석수를 260석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온 새누리당은 내부적으로 ‘지역구 250석’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대로라면 야당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지역구 249개안(의원 정수 303명안)’과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생긴다. 정개특위 소속 한 여당 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비례대표 축소를 최소화하면서 농어촌 지역구 의원을 최대한 늘리는 방안으로, ‘250석 내외’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판까지 기싸움을 하다 결국 총선 5개월 전(11월13일)까지 선거구를 최종 확정짓도록 한 공직선거법도 지키지 못하고 예년처럼 선거가 임박해 졸속으로 선거구가 획정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맞춰놓고, 비례대표도 줄일 수 없고, 농어촌 지역구 의석수 축소도 최소화하며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인구편차 2:1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총선을 한두 달 앞두고 여야가 시간에 떠밀려 의원 정수 2~3명 늘리는 선에서 선거구를 획정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