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회동 앞두고 신경전 팽팽
대변인 배석 이견 ‘결렬’ 위기도
대변인 배석 이견 ‘결렬’ 위기도
청와대와 여야 대표·원내대표 ‘5자 회동’을 하루 앞둔 21일, 청와대와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제와 형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이날 오후엔 대변인 배석 문제가 불거져 회동이 결렬될 위기에 이를 정도로 막판 진통을 겪었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이날 저녁 간담회를 열어 “회동 이후 브리핑을 어떻게 하느냐를 놓고 우리는 대변인 배석을 요구해왔는데 청와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동 당일 오전에 최종 답을 듣고 다시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경우에 따라선 회담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는 상황까지 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대변인 배석을 원하는 것은, 회동 내용이 상세히 전해지지 않을 경우 “야당은 청와대에 갔다가 빈손으로만 돌아왔다”고 비판받을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합의되기 힘든 의제인데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맞서 “할 말은 했다”는 사실 정도는 제대로 전해져야 한다는 판단인 셈이다. 청와대 쪽은 “대변인까지 오면 심도 깊은 논의를 하기 어렵다. 지난 3월 여야 대표와 3자 회동 때 대변인이 배석해서 회동 뒤 브리핑을 했는데 여야가 각자 말이 달라 불필요한 논란이 생겼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논의될 의제로 국정 교과서 고시방침 철회를 첫손에 꼽으며 ‘평행성 만남’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아침 최고위원회에서 “무슨 말을 해도 국민들은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친일·독재 가족사 때문에 국정 교과서에 집착한다고 믿고 있다”며 “대통령은 (회동) 자리에서 분명히 답을 내놔야 한다. 국민 요구는 국정화를 중단하고 경제살리기와 민생에 전념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저는 (박근혜 집권 이후) 국민이 겪은 3년간의 고통을 안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이날 전략·정책 담당자들과 함께 장시간 회의를 열어 회동을 준비했다. 한 당직자는 “민생이 파탄 지경인데 박 대통령은 이를 외면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매달리고 있음을 비판하는 것이 우리의 주요 메시지”라고 전했다. 그는 “청와대는 계속 방미 성과,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걸 말하고 싶어할 테지만 우리는 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전월세난, 일자리 부족, 가계부채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겠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이번 5자 회동의 목적이 주요 법안 및 예산처리 협조에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5자 회동이 ‘민생 의제’를 협의하는 자리인 만큼, ‘정쟁’을 유발하는 새정치연합이 주장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주된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노동 관련 5개 법안과 이른바 경제활성화법, 자유무역협정 비준 등은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역사 교과서 의제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정치적 문제로 선을 그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5자 회동은 야당이 아닌 국민을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정치권이 정쟁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선물보따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역사 교과서 문제 등 야당이 제기하는 문제를 충분히 듣겠다며, 애초 한시간 남짓으로 계획했던 회동 시간을 더 늘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주현 최혜정 기자 edigna@hani.co.kr
박근혜 대통령-여야 대표·원내대표 ‘5자회동’ 주요 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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