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이념분석 지도
중도층 38.2%로 가장 두터운층 …정치 경제 성향 다층적
‘민생 ’탈정치·보수정책 선호 ‘웰빙’ 야권 우호 ‘서민’ 새정치 지지층
“야당, 반공 프레임 갇히지 말아야…여당, 민생 열세 만회 전략 써야”
중도층 38.2%로 가장 두터운층 …정치 경제 성향 다층적
‘민생 ’탈정치·보수정책 선호 ‘웰빙’ 야권 우호 ‘서민’ 새정치 지지층
“야당, 반공 프레임 갇히지 말아야…여당, 민생 열세 만회 전략 써야”
유권자 이념 지형이 단순히 진보·개혁-중도-보수로 나뉘는 게 아니라 정치적 욕구와 계층, 거주지에 따라 복잡하게 분화돼 있다는 점도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었다. 응답자들에게 자신의 이념 성향을 묻는 대신에, 사회·경제적 이슈에 대한 정치적 태도 등 이념 성향의 척도가 되는 문항 12개를 조사자가 추린 뒤 이를 바탕으로 유사한 집단들을 묶어내는 군집분석(cluster analysis) 조사였기 때문이다. 조사를 진행한 김헌태 매시스컨설팅 대표는 “군집분석 기법으로 응답자 집단들을 묶어 보았더니 의미 있는 8가지 그룹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8개의 이념 집단 중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은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통보수’(18%)였다.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을 일관되게 지지해왔으나 비정규직·복지 문제에 대해선 다른 보수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특징을 지닌다.
숫자가 가장 적은 ‘반공보수’(7%)는 경제가 아니라 대북관을 중요한 이념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박정희 추모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지위가 가장 높은 신보수층(10.5%)은 최소한의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확대 등 성장지상주의 성향을 띠며 보수 진영 중에선 정치적 관심이 가장 적다. 이른바 ‘엠비(MB) 보수층’으로 불린다.
3가지로 나뉘는 중도 그룹에선 ‘민생중도’(15.1%)가 가장 많았다. 사회·경제적 격차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이 낮고, 보수적 정책을 선호한다. 그 뒤를 잇는 ‘웰빙중도’(12%)는 중간 수준의 소득수준을 갖고 있으며 대체로 야권에 우호적이다. 경제적 지위가 낮은 ‘서민중도’(11.1%)는 정치적 불만이 높고 정치적 참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그룹으로, 중도 진영 가운데 다음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진보·개혁 진영은 정통 보수에 이어 두번째로 규모가 큰 ‘생활진보’(16.8%)와 연령층이 가장 낮은 ‘급진진보’(9%)로 구분된다. 생활진보는 최저임금, 비정규직 등 민생 현안에 민감하다. 이념적으론 진보적이고 야당에 우호적 태도를 지니고 있지만 막상 정당 지지에선 무당파 특성을 띤다. 반공보수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급진진보는 야당 지지 성향이 가장 뚜렷하며 언론 환경이 매우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등 경제적 문제보다는 정치적 이슈에 민감한 집단이다. 김헌태 대표는 “야당은 정치적 극단주의나 반공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자신들이 우위를 지닐 수 있는 민생에 집중해 사회경제적으로 진보적인 집단을 끌어들이는 것이 유리하고, 여당은 기득권층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민생 담론에서 열세를 완화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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