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국가정보원장(오른쪽)이 2006년 9월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이들과 함께 귀국하는 항공기 안에서 탈레반과 협상을 한 국정원 요원인 이른바 ‘선글라스 맨’과 나란히 앉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탈레반 납치 샘물교회 석방협상 때
아프간으로 직접 가 기념사진 찍고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대화록
직무상 비밀 어기고 언론 노출도
출마 염두에 둔 의도적 행동인듯
팩스 입당 뒤 새정치 후보 지원
새누리 서울시당, 탈당 권유 결정
아프간으로 직접 가 기념사진 찍고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대화록
직무상 비밀 어기고 언론 노출도
출마 염두에 둔 의도적 행동인듯
팩스 입당 뒤 새정치 후보 지원
새누리 서울시당, 탈당 권유 결정
참여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만복 전 원장의 ‘새누리당 팩스 입당’,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지원’ 등으로 논란이 이는 가운데, 국정원장 시절부터 시작된 김 전 원장의 이해할 수 없었던 행보가 결국 자신의 고향인 ‘부산 기장군 새누리당 후보 출마’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꿰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1. 2007년 9월 아프가니스탄
1974년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에 들어간 김 전 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6년 국정원 창설 이후 최초로 공채 출신 국정원장이 됐다. 그는 2007년 9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납치된 샘물교회 교인들에 대한 석방 협상을 통해 당시 인질 19명이 석방된 직후, 탈레반과 협상을 벌였던 국정원 요원인 이른바 ‘선글라스 맨’을 대동한 채 현장에서 기자회견까지 하는 등 언론에 자신의 모습을 노출했다. 당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 전 원장은 풀려난 인질들과 현지 호텔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국정원은 김 원장의 현지활동 장면이 담긴 CD를 기자들에게 나눠줬다.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미국대사관의 비밀 전문을 보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미 대사관 쪽에 “청와대는 김만복 국정원장에게 아프가니스탄 인질 석방 과정에서 그림자처럼 행동할 것을 지시했지만, 김 원장은 2008년 총선 출마를 희망했기 때문에 (자신을) 언론에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원장은 국정원장 시절, 부산 기장군 지역주민들을 수시로 국정원에 초대했고, 일부 주민들에게는 국정원 사격장에서 총을 쏴보게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기장군 철마면과 장안읍 청년회장 이취임식, 농협 주부대학 체육대회, 풋살클럽 개장식 등에 각각 ‘국정원장’ 이름으로 축하화한을 보냈다. 김 전 원장은 국정원장 당시 기장중학교 동창회장을 맡아 동창회 홈페이지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도 공개했다.
2. 2007년 12월 평양
그는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 방북에 동행한 뒤, 같은해 대선 전날인 12월18일 평양을 방문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이명박 후보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이후, 김양건 부장과의 방북 대화록을 만든 뒤, 이를 1월5일 대통령직 인수위에 보고했다. 이 대화록 내용은 1월10일 <중앙일보>에 의해 보도됐다. 1월28일, 김 원장은 대화록 유출을 시인하고 원장직에서 물러났다.
3. 2010년 10월 서울
김만복 전 원장은 <다시, 한반도의 길을 묻다>라는 책을 펴내고, 10·4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평화지대 구상을 밝히고 설득하자 처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군부와 상의해 흔쾌히 수용했다고 밝히는 등 정상회담 당시 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나눈 대화 일부를 공개했다. 국정원은 직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김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4. 2012년 3월 부산 기장
-2012년 19대 총선 때 부산 기장에서 출마를 준비하다 고교 동문회 등에 보낸 화환이 사전선거운동 논란을 빚자 출마를 포기했다.
5. 2013년 6~7월 서울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공개하자, 김 전 원장은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자신의 허가없이 회의록을 작성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2008년 1월 김 전 원장 지시에 따라 회의록을 생산했으며, 당시 김 전 원장이 직접 서명한 근거 문건도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김 전 원장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김 전 원장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08년 1월, 석달 전에 있었던 정상회담 회의록을 추가로 작성하라고 지시한 이유는 불명확하다.
6. 2015년 10월 서울-부산
김 전 원장은 지난 10월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10.4 남북정상선언>이라는 회고록을 냈다. 김 전 원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간 핫라인(직통전화)이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시로 직접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발언이 문제가 되자 김 전 원장은 “핫라인이 있었지만, 직접 통화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고 잘못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으로부터 또 고발당했다.
이에 앞서 김 전 원장은 지난 8월27일 자신의 거주지인 서울 광진을 지역 새누리당 당협위원회에 팩스를 보내 입당했다. 이는 11월5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자 11월6일 새정치민주연합은 김 전 원장이 지난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부산 기장군의회 새정치연합 후보를 지지한 사실을 밝히며 항의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에서 그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지난 8월 부산 기장군에 사무실을 열고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중이다. 현재 기장군 지역구의 현역 의원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 김용태 의원)은 10일 최근 ‘팩스 입당’과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지원’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만복(69)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탈당 권유’ 조치를 결정했다. 시당은 보도자료에서 “김만복은 (새누리당 입당 이후인) 지난 10·28 부산 해운대기장을 보궐선거에서 상대당 후보를 지지하는 언동을 했다”며 “이는 당인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중대한 해당 행위”라고 밝혔다. 또 새누리당이 지난 8월31일 오후 2시23분에 (김 전 원장에게) 입당 축하문자를 발송하고, 김 전 원장이 지정한 은행계좌를 통해 현재까지 9월10일, 10월12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당비 1만원씩을 납부받았다는 점도 밝혔다. 이는 전날 김 전 원장이 새누리당으로부터 입당 관련 연락을 받지 못해 당원이라는 인식이 없어 새정치연합 후보 행사에 참석했다고 해명한 데 대한 반박이다. 시당의 이날 징계 결정은 중앙당 윤리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탈당권유는 징계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자진탈당하지 않으면 자동 제명된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결정에 앞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이 새누리당 당원 자격을 잃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부산 기장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은 새누리당이 자신을 출당 조치 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이) 아마 안 할 것이다. 내 상식으로는 그것을 갖고는 출당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당시에는) 내가 새누리당에 입당돼 당원이 됐는지도 몰랐다”며 “새누리당은 현재까지 일절 연락이 없었다. 11월5일 신문을 보고 새누리당 (입당) 사실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원장은 입당 원서 제출 뒤 당비를 내온 데 대해서는 “(통장에서) 자동으로 나간 것이고, 나는 은행에 잘 안 간다”고 해명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김만복 국정원장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풀려난 인질들과 만나 그중 한 명에게 국내에 있는 가족과 전화 통화를 연결해 주고 있다. 카불/국정원 제공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자문위원단 간담회에서 최근 신분 노출 문제로 논란을 빚은 김만복 국정원장과 악수를 하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