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만 7명…서울·수도권도 텃밭
당내서도 “꽃길만 고집” 비판나와
당내서도 “꽃길만 고집” 비판나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참모나 장차관 출신들이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권 등 새누리당 텃밭으로 달려들고 있다. 야당의 현역 의원이 버티고 있어 치열한 본선 대결을 펼쳐야 하는 ‘험지’에 도전하는 인사는 드물고, ‘공천이 곧 당선’으로 통하는 손쉬운 지역으로만 몰린다. 청와대 출신들의 ‘양지를 향한 러시’를 두고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첫 출마 뜻을 밝힌 박근혜 정부 고위직 경력자는 10일 현재 20명 가까이에 이른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차관급)이나 비서관(1급)을 지냈거나 행정부 장차관 등을 지낸 인사들로, 공천과 본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울 이들이다.
대구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초선 의원들 지역구에 청와대 출신 등 최소 7명이 무더기로 도전장을 냈다. 권은희 의원의 북갑에는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과 김종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김상훈 의원 지역(서구)에는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종진 의원 지역(달성)에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뛰어들었다. 김희국 의원(중남)에게는 이인선 전 경북 경제부지사가 ‘친박’을 자임하며 도전장을 냈다. 유승민 의원 지역(동을)에서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친박 마케팅’을 하고 있다.
서울·수도권에도 ‘박근혜 사람’을 자임하는 인사들이 나서고 있지만, 그나마 서울 강남권 등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 몰렸다. 조윤선 전 청와대 수석은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서초갑에서 출마를 준비중이고,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마를 선언한 인천 연수구도 새누리당에 유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기존 새정치민주연합이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곳에서 출마 채비를 하는 친박 인사는 박종준 전 청와대 경호실 차장(세종)과 최연혜 코레일 사장(대전 서갑) 정도다.
이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곱지 않다. 티케이(대구·경북)가 아닌 서울과 부산 등지의 의원들이 목소리를 냈다.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을)은 보도자료를 내어 “박근혜 정부 고위직에 있던 분들이 고향을 찾아, 새누리당 텃밭을 찾아가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 헌신이 아니라 고위직에 있었다는 프리미엄만을 찾는 것”이라며 “이런 분들이 수도권의 새정치민주연합 현직 의원 지역에 출마해 ‘국정 발목 잡은 야당을 심판해달라’고 당당하게 호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민식 의원(부산 북·강서갑)은 <문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행정부·청와대 출신들이 제일 좋은 장미꽃길이라고 하는 티케이 같은 곳으로 가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실까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은 통화에서 “국민이 뽑아야 국회의원이지, 공천권자가 임명하는 게 무슨 국회의원이냐”고 말해, ‘박심’에 기대어 여당 텃밭에 뛰어드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수도권 의원들은 청와대와 친박계가 대구·경북 장악에 집중할수록 여당의 수도권 의석은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08년 총선에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서울·인천·경기에서 81석을 얻었으나, 2012년 총선에서는 43석으로 줄어들었다. 서울의 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수도권을 포기하더라도 자신을 옹위할 (대구·경북의) 호위무사들이 똘똘 뭉쳐 있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현재 의석을 방어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이경미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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