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추스리려면 물러나야” “위법 아닌만큼 이유 안돼”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가 부당하다며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표를 낸 뒤 ‘천 장관 동반사퇴론’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검사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16일 “총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7 대 3 정도로 사퇴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는데, 장관의 거취에 대해서는 반반인 것 같다”고 전했다.
동반퇴진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장관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고, 검찰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사퇴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지휘가 적절했는지 여부가 문제이고, 장관이 위법한 지시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퇴할 이유는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방 검찰청의 한 검사는 “총장이 장관의 수사지휘가 부당하다며 사표까지 냈는데 장관이 책임을 안 질 수가 있는가?”라며 “검찰 조직을 추스르는 가장 좋은 방법도 장관의 사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관의 ‘부당한’ 수사지휘에서 시작된 만큼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앞으로 이런 사태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의 한 지검 부장검사는 “국민이 봐도 검찰이 명백하게 잘못한 사건이 아닌데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장관이 검찰을 견제한 것이 아니라 경솔하게 지휘권을 사용한 것”이라며 “검찰에 너무 많은 상처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방 검찰청의 한 간부는 “법률에 의거해 수사지휘를 한 천 장관에게 사퇴를 하라는 건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며 “검사들이 법률적 책임이 아닌 정치적인 책임을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지방 검찰청의 한 검사도 “장관이 앞으로 무리하게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 검찰도 추슬러야 하는 상황인데 사퇴까지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장관이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것과 지휘권을 사용한 것이 잘못됐으니 사퇴하라는 것은 다르다”며 “지휘권을 행사했을 때 검찰 안에서 ‘장관도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가 없었는데 ‘총장이 사퇴해 파장이 커졌으니 나가라’는 건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천 장관이 힘과 추진력을 갖고 있어 수사권 조정 등 산적한 현안을 앞장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측면도 있다”며 “다음에 누가 장관으로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장관 사퇴를 쉽게 주장할 수 있겠느냐?”고 ‘복잡한’ 속내를 내보였다.
한편, 하창우 대한변협 공보이사는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자인 장관이 사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며 “장관의 수사지휘는 검찰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17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장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장주영 민변 사무총장은 “검찰총장이 사표를 낸 것은 내부 반발과 조직 논리 때문”이라며 “장관의 거취를 거론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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