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FTA 영향
“중국은 우리 최대 수출대상국인바, 한-중 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따른 관세 철폐 효과는 우리나라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 유지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산업통상자원부 김학도 통상교섭실장, 비준동의안 처리 뒤 브리핑에서)
30일 진통 끝에 여야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자 정부는 자유무역협정의 연내 발효로 중국 시장에서 국산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제단체들도 환영 일색이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소상공인 쪽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수출 업계에서도 중국의 관세 철폐 속도가 너무 느려 실속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 “정부 기대와 달리 효과 크지 않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처리된 직후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정부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김학도 실장은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건설·환경·엔터테인먼트·법률 등 중국 유망서비스 시장 진출을 현실화하고, 품목수로 중국 농수산시장 93%가 개방돼 우리 농수산업 미래 성장산업화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분야는 한국 기업들의 주력 수출 품목과 거리가 멀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분야도 아니다. 결국 관세 철폐 효과가 크다고 정부는 강조하지만, 실상은 다른 셈이다. 이는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관세 철폐 속도가 느리고 개방에서 제외되는 제품도 많은 ‘저강도 자유무역협정’이기 때문이다.
실제 개별기업이나 업종별로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들이 새 나오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분야가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5~6% 수준인 아스팔트·윤활기유 관세를 15년에 걸쳐 철폐해 수출 증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한국은 5~7% 관세를 5년 내 철폐하기로 했다. 석유화학도 우리 쪽 주력 제품인 파라자일렌 등은 양허(시장 개방)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그는 “실속은 없는데 (정부가) 농어촌 도와야 한다며 기금이나 내라고 할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협상에서 농산품과 더불어 시장 보호에 역점을 뒀다는 자동차 쪽 반응도 시큰둥하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 파는 자동차는 대부분 현지에서 만들어 판매해 자유무역협정과 별 관련이 없다”며 “득도 실도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다른 주력 수출 분야인 전자제품·정보기술(IT) 제품은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의 정보기술협정(ITA) 확대에 따라 한-중 자유무역협정 발효와 무관하게 관세가 인하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서진교 무역통상실장은 “중국과 무역에서는 관세보다도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통관을 지연시키는 등의 비관세장벽 문제가 중요한데, 한-중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비관세장벽에 부닥친) 기업들이 문제 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창구는 마련됐다”며 “일선 수출기업들에는 이런 점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소상공인단체 “산업기반 붕괴” 우려 한-중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통과로 중국산 저가 물품들과 생존을 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소상공인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추가 피해대책 논의에서도 이 분야는 제외돼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3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으로 얻는) 이익만 얘기하는데, 손해도 함께 이야기하며 전체적으로 국민 공감대를 모으려 했는지 묻고 싶다”며 “‘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산 저가품이 쏟아지면 귀금속, 블라인드와 버티컬 등 차양 산업, 인테리어·의류·신발 산업 등에서 피해가 현실화할 것”이라며 “맨 밑에 있는 근저 산업인 소상공인들이 붕괴하면 고용 문제와 산업구조의 종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신이 큰 중국산 식품에 대한 안전검역 강화와 미세먼지 등 중국발 환경재앙 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보완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비준동의안 처리에 잠정 합의한 뒤 “중국발 월경성 황사 대책, 식품검역 문제의 꼭지를 효과적으로 따지 못하고 과제로 남겨놓은 점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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