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의 선거구 획정 협상이 또다시 결렬된 27일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구 획정 논의 또다시 결렬
쟁점법안들도 이견 못좁혀
새누리 공천 논의 예상외 화기
쟁점법안들도 이견 못좁혀
새누리 공천 논의 예상외 화기
27일은 2015년의 마지막 일요일이었다. 여의도 정가는 평일보다 더 숨가쁘게 움직였다.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 기조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이태규 창당실무준비단장 사회로 안철수 의원이 연설을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안철수 의원은 “30~40대 우리 사회의 허리가 국회에 들어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회견장에 30~40대는 보이지 않고 나이든 정치 지망생들이 눈에 띄었다.
오전 11시20분 국회 본청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에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입당식을 했다. 최재성 총무본부장과 김성수 대변인이 표 전 교수를 소개했다. 문재인 대표는 당원증을 준 뒤 “국민들께서 새정치연합이 확 달라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만큼 새로운 분들을 모시고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새정치연합 인재 영입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후 2시 새누리당 당사 6층 회의실에서는 공천제도특별위원회 4차 회의가 열렸다. 황진하 위원장과 위원 12명이 참석했다. 가산점, 여론조사 방식 등을 논의하는 민감한 회의였지만 분위기가 밝았다. 의원들은 특위 회의 때문에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서 손해를 본다며 카메라 기자들에게 자기를 좀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오후 3시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참석한 ‘2+2’ 회의가 열렸다. 법안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다.
정의화 의장은 “일요일인데 나와 주셔서 감사하다. 결실을 맺어서 국민들에게 좋은 선물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야에 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권했다. 김무성 대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표도 “저도 면목이 없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날 회담도 진전없이 끝났다.
오후 3시 국회 본청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회의실에는 김성곤 의원을 비롯해 새정치연합 수도권·중진 의원 40여명이 차례차례 모여들었다. ‘조기 선대위 구성’ 중재안을 가다듬기 위한 의원 간담회였다. 분위기가 무거웠다. 김성곤 의원은 “분열의 끝은 결국 내년 총선에서 우리 당뿐 아니라 야권 전체의 공멸”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는 ‘모두 열심히 하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는 못하는’ 덫에 갇혀 있다. 이유가 뭘까.
여야 관계가 막힌 것은 근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을 만나지 않는다. 여당에 재량권을 주지도 않는다. 여당 내부 친박-비박 갈등의 원인도 내년 4·13 선거에서 자기 세력을 구축하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근혜 집단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다. 반면 야당의 분열과 몰락은 문재인 대표, 안철수 김한길 의원 등 정치 지도자들의 허약한 리더십과 역량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원인은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내년 선거를 위해 각 지역구를 돌아다니는 정치 지망생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유권자들은 정치인을 벌레처럼 대한다. 특히 야당 출마자들은 “무슨 염치로 표를 달라고 하느냐”고 야단맞기 일쑤다. 세금을 내는 사람이면 정치자금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로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정치자금을 잘 내지 않는다. 올해는 정치자금이 줄어 힘들다는 의원들이 많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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