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신임 장차관 임명장을 수여한 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부터),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등과 얘기하며 걸어 나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 대국민담화 / 노동 분야
노사정 대타협 파탄 책임 전가
박대통령 “공청회 한번도 안나와”
한국노총 “요청받은 적 없어” 반박
문재인 “비정규직 양성법, 흥정하나”
노사정 대타협 파탄 책임 전가
박대통령 “공청회 한번도 안나와”
한국노총 “요청받은 적 없어” 반박
문재인 “비정규직 양성법, 흥정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노동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중에서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은 받아들여주시기 바란다”며 국회에서 논의중인 ‘노동관계 5법’의 분리 처리를 제안했다. 기간제법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도록 합의해달라는 것이다. 시민석 고용노동부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간제법은 현재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기간을 연장하는 문제이고, 파견법은 현재 직장이 없는 구직자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취지다. (야당이 반대하는) 두 가지 중 굳이 뺀다면 노동시장 밖에 있는 중장년층 일자리가 더 절박하다는 관점에서 기간제법은 뒤로 미루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파견법 개정은 사내하청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현대자동차 등 재벌기업의 숙원과제”라며 “일자리 확대와 무관한 파견 대상 확대는 직접고용을 간접고용으로 전환시키는 회전문 효과만 발생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기자들에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극심한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 없이는 비정규직을 늘리는 법엔 찬성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 주장인데 그것을 마치 흥정하듯이 ‘하나 깎아줄게 하나는 통과시켜달라’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도 “양대 비정규직 법안(기간제법·파견법) 가운데서도 파견법에 나이·소득·직종별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는 독소조항이 많다”며 “대통령이 선심 쓰듯 분리 처리를 제안했지만, 속내는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9·15 노사정 대타협 파탄’을 선언한 한국노총을 향해 “정부가 여러 차례 논의하자 했지만 한번도 나오지 않았으면서 갑자기 파탄을 선언했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정부가 공청회 등에 참석을 요청한 적이 없다.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합의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한국노총에 여러 차례 공청회도 그렇고 같이 의논을 하자고 했지만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노사정 합의가 파탄났다고 밝혔다. 참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정부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노사정 합의대로 합의사항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길 것”이라며 노동계의 반대에도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사정 대타협이 파기 수순에 접어든 이유를 한국노총의 ‘불통’과 ‘일방적 합의 파기’ 탓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노동계는 즉각 “적반하장”, “거짓말”이라며 반발했다.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에 대한 ‘양대 지침’ 관련 공청회는 열리지도 않았고, 지난해 12월30일 ‘전문가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된 지침 초안 공개 자리에는 경찰의 봉쇄로 출입마저 가로막혔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에서 합의되지 않은 비정규직 법안을 발의하고 양대 지침을 강행해 노사정 합의를 파기한 것은 정부와 여당”이라며 “허위보고로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한 책임을 밝히라”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기초적인 합의정신을 멋대로 해석해 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다시 노동계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대통령이 담화문을 읽던 오늘 오전, ‘주말에 워크숍을 해 양대 지침을 논의하자’고 팩스를 보내온 게 정부가 말하는 대화 요청이냐”고 되물었다.
이경미 노현웅 기자 kmlee@hani.co.kr
박근혜 대통령, 경제·노동 분야 주요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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