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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기고] 테러방지법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

등록 2016-02-25 19:29수정 2016-02-27 01:02

2001년 9·11테러 발생으로 국내외적으로 테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 나는 우리나라에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고, 발생한다면 어느 수준으로 발생할 것이며, 이에 대해서 우리나라 정부는 얼마만큼의 대비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되었다. 왜냐하면 국제정치를 전공하면서 그동안 내가 습득한 테러의 개념은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테러에 대한 개념과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테러리즘 관련 미국의 석학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의 Gus Martin은 자신의 저서 「테러리즘: 개념과 쟁점」에 테러로 정의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요인을 열거하고 있는데, 그들은 ‘국가 하위 행위자’, ‘불법적 무력의 사용’, ‘비정규적 수단’, ‘정치적 동기’, ‘연약한 민간인과 소극적 군사목표에 대한 공격’, ‘목적의식을 가지고 관중들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다. 이를 종합해 보면 테러의 정의는 비국가적 행위자 또는 단체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비정규적인 수단을 활용하여 민간인들이나 공공시설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해서 행하는 제한적이고 국지적인 무력행위는 테러라 할 수 없고, 이는 국제적인 분쟁으로 개념화된다. 이 개념에 따르면, 북한이 우리에 대해서 국지전을 일으키거나 무장세력을 침투시키는 것은 군사적 도발이지 테러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행위는 대테러활동이 아니라 군사적 방위력에 의하여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간첩파견도 테러의 일환으로 간주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국가들 사이에 간첩파견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으며, 이를 막기 위해 각 정보기관은 방첩부서를 두고 간첩을 색출하기 위한 방첩업무를 주요 정보업무로 삼고 있다. 우리 국정원에도 대간첩 부서인 방첩국이 조직되어 있다.

한국 내에서 자생적인 테러단체가 탄생하여 테러를 할 가능성은 없는가? 대체로 국제사회에서 테러의 발생 원인을 보면, 소수민족의 독립, 종교집단들 간의 갈등, 극단적인 정치이념에 의한 갈등으로 인한 것이다. 그러나 단일민족인 한국의 경우 민족문제로 인한 테러 발생 가능성이 없고,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테러를 일으킬 수준의 극단주의적 종교는 없으며, 국민들의 정치이념적 스펙트럼은 넓고 정부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세력은 있지만 정부를 전복하려는 생각을 가진 국민들은 거의 없기 때문에 테러가 발생할 만큼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다.

그러면 국제 테러단체들이 한국에 입국하여 테러를 할 가능성은 있는가? 대체로 테러단체들은 장소, 목표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테러는 국제사회에 자기들의 정치적 의도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이고 상징적인 장소와 국제적인 눈길을 끌만한 대상을 찾는다. 그리고 테러가 사전에 탐지되지 않는 혼잡한 장소를 찾는다. 이러한 점을 따져 보면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도시들은 국제테러단이 테러를 하기에 적절한 장소는 아니다. 한국은 분단국이라 막강한 군대와 경찰력으로 경비도 삼엄한 편이고, 뉴욕, 런던, 파리, 로마 등에 비해서 테러발생에 대한 국제적 관심의 무게감도 떨어지는 편이다. 더구나 국제테러단을 지지하고 지원해 줄 세력도 한국에서 찾기는 어렵다. 결국 한국에서 국제 테러 발생의 위험성은 다른 선진국이나 대도시만큼 높은 편은 아니다.

김계동 전 연세대 교수
김계동 전 연세대 교수
테러를 포함한 국가안보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너무 지나칠 필요는 없다. 2001년 9·11테러 발생 직후부터 한국정부는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 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법을 통과시킬만한 테러가 실제로 발생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이 법이 효과적으로 운용되어야 할 수준의 테러가 한국에서 발생했다면 이 법의 통과를 논의할 가치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법을 무리하면서 통과를 시켜야 하는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테러대응 기구가 정부 내에 존재하고 있는데, 새로운 대테러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

김계동 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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