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누리집에 3만6천 시민목소리
의원들 인용하고 누리꾼은 ‘짤’ 중계
의원들 인용하고 누리꾼은 ‘짤’ 중계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은 국민의 목소리를 확대해주는 확성기지요. (중략) 그러니까 확성기를 통해서 자기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고….”
29일 새벽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가던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필리버스터 릴레이 누리집(http://filibuster.me/)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며 한 말이다. 테러방지법 반대를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7일째 이어지며 시민들의 목소리가 국회의원을 통해 국회 본회의장과 인터넷 중계방송으로 울려 퍼지고, 이를 다시 시민들이 공유하는 새로운 정치 참여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의원과 시민들의 소통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7시간21분 동안 토론을 이어간 홍종학 의원은 통계 자료를 표시한 손팻말을 자주 들었는데, 누리꾼들은 이를 ‘홍종학의 스케치북’이란 제목을 붙여 실시간으로 ‘짤’(갈무리 사진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을 만들어 올렸다. 그러자 홍종학 의원은 필리버스터가 끝난 뒤 바로 “홍종학의 스케치북을 공개합니다”란 제목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필리버스터 당시 활용했던 통계 자료들을 올리며 호응했다. 홍 의원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했는데 지금은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라 경제 비상사태다”라고 말하며 인용한 자료였다.
필리버스터가 이날로 140시간을 넘어서면서 “내가 쓰면 국회의원이 읽는다”는 취지로 출발한 ‘필리버스터 릴레이 누리집’에는 3만6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글을 남겼다. 25일 필리버스터에 나선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시민 필리버스터의 글 하나하나를 정성껏 소개하겠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이 필리버스터 발언 내용 등을 기록하는 ‘필리버스터 아카이빙’ 작업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테러방지법과 국가정보원이란 주제를 두고 본회의장과 온라인 공간에서 실시간 토론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날 필리버스터는 25번째 주자인 서영교 더민주 의원과 최원식 국민의당 의원, 홍익표 더민주 의원 등이 이어갔다. 서영교 의원은 “국정원이 4차 북 핵실험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지도 못했다. 이럴 때 대통령은 (국정원을 향해) 책상을 내려쳤어야 한다”고 말했다. 10여차례 책상을 내리치며 필리버스터를 비판한 박근혜 대통령을 꼬집은 것이다. 최 의원은 “테러방지법 논의가 국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며칠 만에 통과되는 것은 국제 사회 규범에 비춰봐도 말이 안 된다”며 절차적 문제를 짚었다. 홍익표 의원은 “청와대를 견제할 여당의 목소리가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여야 의원을 백악관으로 불러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협조를 구한다”며 “지금의 국회를 1970년대 ‘통법부’로 만들고 싶냐”고 비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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