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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여 “야당 심판”-야 “경제실정 심판” 맞불…누가 웃을까

등록 2016-03-02 19:29수정 2016-03-02 22:28

경제문제 4·13 총선 핵심의제로
테러방지법 저지 필리버스터를 중단한 더불어민주당은 2일 4·13 총선의 핵심 의제로 ‘경제실정 심판론’을 전면에 꺼내들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심판론’에서 여당만 쏙 뺀 ‘야당 심판론’으로 맞불을 놨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과 김종인 대표의 대결’ 구도다. 그러나 ‘심판론 대 심판론’만으로는 총선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사회가 평등해야 내부적 안정이 이뤄지고, 내부적 안정이 이뤄져야만 우리 경제의 효율을 가져올 수 있고, 아울러 안보도 튼튼히 할 수 있다”며 “4·13 총선에서 더민주를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들었던 김 대표는 “최소한, 양극화가 벌어지는 것을 일단은 중지시키는 해소 방안을 내놔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더민주가 강한 내부 반발에도 테러방지법 저지 무제한 토론을 중단한 데는 “이번 총선은 이념보다 경제 문제로 풀어야 한다”는 김 대표와 지도부의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더민주는 이날 양극화 해소를 위한 ‘777플랜’(가계소득 비중, 노동소득 분배율, 중산층 비중 70%대로 상향)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하며 ‘유능한 경제정당’임을 내세웠다. 다만 더민주 안에서도 야당의 경제 심판론이 유권자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미지수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김종인 “박근혜정부 양극화 해소 못해”
더민주, 노동소득·중산층 확대 담은
‘777플랜’ 총선공약으로 내놔

새누리, 박 대통령 발언 이어받아
‘야당=발목잡기’ 이미지 덧씌워
보수층 결집 전략

전문가들 “심판론만으론 부족
미래에 대한 전망 제시해야”

테러방지법을 손에 넣은 새누리당은 곧바로 노동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처리를 압박하며 ‘야당 심판론’을 부각했다. 총선 직전까지 ‘대통령 관심법안’을 가로막는 ‘발목잡기 정당’ 이미지를 야당에 계속 덧씌우면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중도·무당층의 투표 포기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줄기차게 수위를 높여온 ‘국회 심판론’을 새누리당이 그대로 이어받아 ‘야당 심판론’으로 변주한 것이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정당’과 그에 맞서 ‘경제를 막고 있는 정당’ 간의 싸움이 이번 총선이라고 보고 있다”며 “누가 과연 민생을 챙기는 정당인지 똑똑히 국민들께서 인식을 하시고 심판하실 것이라 믿는다”고 목청을 높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임기 3년을 넘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하고, 여당의 ‘야당 심판론’이 야당의 ‘정권 심판론’보다 호응이 높은 것으로 나오면서 ‘야당 심판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새누리당 일각에서 집권여당이 야당 심판론을 총선 핵심 어젠다로 삼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는 나온다. 총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는 총선기획단의 한 의원은 “집권여당으로서 무책임해 보일 수 있다”며 “‘발목 잡는 야당, 손목 잡는 여당’ 느낌으로 현재 불안한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야 모두 서로에 대한 ‘심판론’만으로는 총선에서 큰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유권자들은 이제 과거를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보다는 미래에 대한 ‘전망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어, 무슨 심판론이 됐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야당이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적절한 시점에 나왔지만 단순한 ‘경제 심판론’을 넘어 경제민주화처럼 구호화될 수 있는 공약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국민들이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여당의 ‘야당 심판론’은 오히려 1당 독식에 대한 우려와 견제심이 작동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보미 이승준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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