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7일 최고위원회의실에 앞에서 구미을 단수 추천에 항의하는 허성우 예비후보가 들고 있는 손팻말을 바라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그대(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아둔함이 한구(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전략을 이기지 못하는구나… 대표 벼슬 이미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바라노라.”
“처음부터 네겐 없던 거야 배짱이란 작은 용기도… 왜 하필 후퇴 택했니… 기억하렴 너의 나약한 모습 상향공천제 믿고 믿었던 날들….”
7일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를 비꼬는 글이 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졌다. 첫번째 글은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을 조롱하는 <여수장우중문시>를 패러디한 글이다. 두번째는 연인에게 배신당한 감정을 노래한 대중가요 ‘배반의 장미’ 가사를 빗댄 ‘배반의 무대’(무대는 김무성 대표의 별명)라는 제목의 글이다. 모두 최근 공천 룰을 둘러싼 기싸움에서 친박근혜계에 밀리는 듯한 김 대표의 처지를 풍자했다.
김 대표는 그렇게 비판해온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1차 단수·우선추천(경선 없는 공천) 지역 선정 결과도 결국 수용했다. 새누리당은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공관위가 1차로 정한 단수·우선추천 지역 13곳을 의결했다.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는 친박 중진 김태환 의원(경북 구미을) 공천 탈락 등 1차 단수추천 결과에 대해 “상향식 공천 정신을 훼손하는 단수추천은 문제가 있다”며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을동 최고위원도 “여론조사에서 앞선 사람이 공천을 빼앗기는 게 과연 공정한 것이냐”고 지적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수 최고위원이 공관위 결정을 존중하자는 의견을 피력했고 결국 김 대표와 김 최고위원도 공관위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최고위 뒤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에서 나름대로 판단해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인 만큼 최고위원회가 그것을 존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김태환 의원은 최고위에 직접 참석해 “내가 희생당하는 것은 참을 수 있다 해도 다른 후보까지 경선 기회를 주지 않고 탈락시키는 것은 구미시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무소속 출마 여부에 대해선 “심각하게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 의결 뒤 김 의원 사무실로 찾아갔다. 김무성 대표는 “공관위가 처음 발표한 것인데 이걸 뒤집는다면 다음 작업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해서 추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김태환 의원은 전했다.
김 대표는 이한구 위원장의 최고위 출석 문제를 두고도 기싸움을 벌여야 했다. 김 대표가 ‘공관위는 공천 결과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해야 한다’는 당헌·당규를 근거로 이 위원장에게 최고위에 출석하라고 했으나, 이 위원장은 공관위의 독립성을 해친다며 거부해왔다. 그러다 이 위원장은 이날 아침 회의에 참석했는데, 이에 대해 “내가 최고위에 가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면 공관위 독립성에 문제가 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러 간 것이다. 이번은 처음이니까 예의 차원에서 갔는데 앞으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관위의 2차 단수·우선추천 지역 발표를 앞두고 당내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하다. 대구·경북 지역에선 “현역 3명이 물갈이됐다”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은 기득권 지역인 영남권에서 아픔과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의 개혁공천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이한구 위원장의 물갈이 방침에 힘을 보탰다.
또 공관위는 공천 신청자가 1명인 지역도 여론조사를 해 경쟁력을 평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단독 신청 지역 후보들은 주로 비박계 의원이 많은데, 이를 두고 공관위의 ‘다른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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