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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김종인은 구시대 사령관…거참 칭찬만 해야 하는데”

등록 2016-03-25 19:52수정 2016-03-26 10:56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탈당에 대한 고민은 한 적 없지만 정치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이 23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지역구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탈당에 대한 고민은 한 적 없지만 정치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이 23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지역구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뉴스분석 왜?
정청래 의원 인터뷰
▶ ‘주승용 공갈 발언’으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결국 20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조중동은 그를 ‘막말 정치인’의 계보에 올렸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선 그의 발언이 “귀여운 수준”이라는 평도 있습니다. 그의 공천 탈락에 대한 당원들의 반발도 꽤 거셌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정청래 의원을 만나 그의 ‘막말 철학’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의 에스엔에스(SNS) 소신, 그리고 김종인 대표와의 뒷이야기도 함께 전합니다.

‘조중동’(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을 지칭하는 말)이 가장 사랑하는 국회의원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이가 있다. 그가 직접 통계를 냈다. 19대 국회 임기 시작일부터 지난해 7월21일까지 조중동 언론은 그에 대해 총 3385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루 평균 3.09번꼴이다. 그러나 그는 한번도 이들 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는 조중동이 자신을 사랑한다 여긴다. 정청래 국회의원은 자신의 저서 <거침없이 정청래>(2015)에서 그렇게 분석했다. 반어법이다.

정 의원은 조중동 인터뷰는 물론 조중동이 운영하는 종합편성채널(종편) 방송에 일체 출연하지 않는다. 17대 국회에서 그의 주도로 만들어진 신문법에는 ‘신문과 방송의 겸업금지’ 조항이 있었다. 이것은 18대 국회에서 여당(한나라당)의 주도로 개정되었고 종편 방송이 출범했다. 야당 의원 상당수가 종편에 출연하고 있다. 이제 정 의원은 거의 유일하게 신문 방송 겸업에 저항하는 현직 의원이다.

그러나 이제 정 의원은 야당이 배출한 ‘막말 정치인’으로 세간에 더 회자되고 있다. “찍지 마 ×발”(2008년 10월24일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기자에게), “너 그러다 맞는 수 있다”(2011년 7월14일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여기자에게) 이후 가장 언론의 주목을 받은 막말 발언이 정청래 의원의 ‘주승용 공갈’ 발언(지난해 5월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 자리에서)이다. 이어 “김무성 죽여버려”(2016년 2월27일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지인과의 통화에서)가 ‘막말 바통’을 이어받아 정치권은 계속 시끄럽다.

김종인, 그 사람

정청래 의원은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20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받지 못했다. 지역구 경쟁력이 탄탄했던 정 의원의 공천 탈락은 거센 논란을 불렀다. 정 의원은 탈당하지 않고 당 잔류를 선택했다. 오히려 자신 대신 지역구(서울 마포을)에 투입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의 선거를 적극 돕고 있다.

23일 오전 9시 정청래 의원을 만났다. 그는 손혜원 위원장의 서교동 선거 사무실에 있었다. 손 위원장과 함께 이날 아침 망원역 주변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길에서 정 의원을 만난 일부 지역주민들은 정 의원 앞에서 눈물을 훔쳤다. 세간의 ‘막말 정치인’ 평가와 달리 정 의원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동정론은 꽤 짙은 듯 보였다. 정 의원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공천 탈락 이후 그의 심경을 들어봤다.

-공천 탈락 이유를 두고 여러 설이 난무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원래 관계는 어땠나?

“김종인 대표와는 원래부터 친분이 있는 편이었다. 이쪽(더불어민주당)으로 오시면서 아마 당 내부 인사 중 제일 처음 만난 사람이 나일 것이다. 금요일(2016년 1월15일) 입당 기자회견 하고 토요일(1월16일) 오후 2시에 만났으니까. 날 만나서 당 내부 사정을 객관적으로 듣고 싶다 하더라. 그 후로 전화도 많이 하고 개인적으로 밥도 먹고 그랬다.”

-김종인 위원장 측근처럼 지냈다는 건가?

“그런 건 아닌데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이 정청래 이야기를 많이 했다더라. (내게서) 조언을 많이 들으라고. 그래서 김종인 대표가 날 컷오프할 생각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중간에 김 대표에게 ‘마포는 정청래를 빼고 누가 와도 (당선)될 수 있다’고 입력시킨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누구라고 밝히진 않겠다.”

-‘정청래 공천 탈락은 박영선·이철희 작품’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뉴파티위원회) 위원장이 뉴파티위원회 운영하며 ‘막말 정치인 공천 배제 원칙’을 밝히면서 컷오프의 기준이 생긴 것 같다. 당 중앙위원회 끝나고 (22일) 새벽 3시에 이철희 위원장이 나를 쫓아와서 ‘제가 배후조종 아닌 거 아시죠?’ 하고 두세번 묻더라. 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저는 배후조종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라고 답했다.”

-이철희 위원장 반응은?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이철희 위원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인터넷 팬카페 ‘이철희와 함께 가는 사람들’에 글을 올려 “정청래,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 결정은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가 내리고,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추인한 것일 뿐 저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건국대학교 운동권 출신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서울대생 성보라처럼 그때 그는 거리에 있었다. 1987년 6월항쟁 한가운데서 정 의원은 집시법을 위반한 학생이었고, 1989년 10월 미대사관을 점거해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목포교도소에서 복역하기도 했다. 그는 이 경력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스스로를 “‘버전업된 엔엘(NL)’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한다.

다만, 그가 정치인이 되는 과정은 기존 운동권의 궤적과는 차이가 좀 있다. 인터넷에 기반한 시민활동이 그의 주된 정치 기반이라면 기반이었다. 그 이전에는 마포 지역에서 학원 사업(길잡이학원 원장)을 크게 해 성공했다. 2004년 탄핵 열풍 속에 그는 노사모의 지원과 지역 주민의 신뢰를 얻어 17대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정책 등을 비판하는 등 참여정부와 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정 의원은 ‘범친노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19대 때는 재선에 성공했다.

정청래 의원 대신 마포을 지역구에 투입된 손혜원 후보(왼쪽)를 위해 지역선거운동 회의를 주재하는 정청래 의원.   강재훈 선임기자
정청래 의원 대신 마포을 지역구에 투입된 손혜원 후보(왼쪽)를 위해 지역선거운동 회의를 주재하는 정청래 의원. 강재훈 선임기자

“김종인 대표는 야당 체질 아닌 듯
관권·금권 바탕해 선거만 해온 분
SNS 여론은 변수로도 취급 안해
상대팀 반칙에 항의해야 하는데
자기팀 최전방 공격수 빼버린 감독”

컷오프된 뒤 이철희 위원장이 와
“제가 배후조종 아닌 거 아시죠?” 물어
“배후조종인 걸로 아는데요” 답해
김종인 위원장은 다음날 점심에 봐
속이 안 좋아서 밥은 안 먹고 나와

막말이란 무엇인가

-당내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을 줄이려는 분위기가 공천 탈락에 영향을 준 걸까?

“운동권 자체에 대한 견제는 아닌 것 같다. 내가 ‘빛나는 총학생회장 출신’ 같은 운동권 이력서로 국회의원이 된 경우도 아니고.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뭔가?

“조중동은 사설 써서 날 낙선시켜야 한다고 해왔다. 그걸 당에서 못 견딘 거다. 유시민은 ‘오이엠(OEM)식 공천’이었다고 하더라. 종편의 주문생산 공천. 그 말에 동의한다. 조중동은 우리 편이 아니다. 전쟁으로 치자면 적진에서 아군 맹장의 목을 치라고 계속 요구한 거다. 그걸 당이 받아들였다. 김종인 대표의 총선 정치 전략은 잘못됐다. 이건 지는 전쟁이다.”

-김종인 위원장 덕에 그래도 당이 빠르게 안정됐다는 평가인데.

“축구로 치면 전반전은 잘한 거다. 1 대 0 정도로 가다 후반전에서 3골 먹은 거다. 최전방 왼쪽 공격수(정청래)가 상대팀 수비진의 태클과 반칙에 쓰러지고 넘어지고 하는데 감독이 항의는커녕 결국 공격수를 빼버린거다. 그러다 몸도 안 풀린 벤치 선수 투입시키고.”

-공천 탈락 뒤 김종인 대표 만났나?

“(공천 탈락 발표) 다음날 보자더라. 점심 먹는 자리였다. 내게 미안하다 하더라. 그래서 내가 ‘미안한 결정을 왜 하십니까’라고 했다. ‘도와달라’ 하길래 ‘제가 이 당의 주인입니다. 돕지 말라 해도 돕습니다. 그게 제가 할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속이 안 좋아서 밥은 안 먹고 그냥 나왔다.”

-사이가 좋아질 수 있을까?

“김종인 대표는 야당 체질이 아닌 것 같다. 관권, 금권, 언론 이런 것들이 밑바탕이 된 선거만 해온 분이라 국민 감동을 불러오는 그런 전략 짜야 하는 시대정신을 못 읽는다. 에스엔에스(SNS) 여론은 아예 변수로도 취급 안 하고 그러니까 21세기 현대전에 맞는 사령관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선거 끝나기 전까지는 김 대표 칭찬만 할 거다.”

-비례대표 순번 논란이 일자 비상대책위원들이 김종인 대표를 찾아 “잘못 모셔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는데.

“비대위원들이 배알도 없나. 당의 주인이 당원인데.”

-‘막말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아들이나?

“못 받아들인다. 난 아들이 셋인데 한번도 욕설을 해본 적이 없다. 보좌관들에게도 ‘야 이 사람아’라고 말하는 게 제일 크게 화내는 표현이다. 국회 속기록 찾아보라. 한번도 ××란 말 한 적 없다.”

-주승용 의원에게 한 공갈 발언은 논란이 됐다.

“그건 그 발언이 적절했느냐 부적절했느냐의 논란이었다. 분명 아름다운 말은 아니었지만 이게 1년 내내 종편에서 막말의 대명사처럼 다뤄질 사건이었나?”

-그래도 당이 징계를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1988년 5공화국) 청문회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명패를 집어던졌다. 지금의 종편은 노무현 대통령을 조폭이라고 불렀을 거다. 제가 막말의 대명사로 불린다면 당이 그걸 막고 같이 싸워줬어야 하는데 종편에 말려들었다.”

-그래도 당 최고위원이 공개석상에서 그런 발언을 해도 되는 걸까?

“최고위원으로서 할 발언은 아니었다.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 다만, 주승용 의원은 나와 막역한 사이였다. 큰처남의 친구이기도 하고 나 역시 주 의원의 부인과 친했다. 워낙 친하고 허물없이 지내서 나온 말이었다. 내가 성찰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정 의원이 생각하는 막말은 무엇인가?

“욕설이나 성희롱, 혹은 아랫사람을 하대하는 말. 이런 것들이다.”

-에스엔에스는 지금처럼 계속할 건가?

“컴퓨터 자판을 한글로 설정한 뒤 영어 SNS를 치면 공교롭게도 ‘눈’이란 단어가 나온다. 이 세상을 보는 눈 덕분에 중동에선 재스민 혁명이 있었고 아테네 아고라 같은 직접민주주의의 장이 다시 열렸다. 과거에는 한 표 얻으려면 상가를 방문하고 한 시간에 50명을 만났는데 이제는 500명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유용한 도구를 무시하면 안 된다. 에스엔에스는 또 집단지성의 장이다. 요즘 국민들은 잠자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본다. 우리가 그걸 거부하면 스마트 정당을 거부하는 거고 스마트 국민을 거부하는 거다.”

-정치인이 크게 성장하려면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것은 좀 불리하지 않을까?

“노무현 대통령을 봐라. 언론이 그렇게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사람이라고 인물평을 맞춰갔다. 그게 언론의 룰인 건가? 나는 내가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다고 인정 안 한다. (종이에 사사분면을 그린 뒤 삼사분면 오른쪽 위 정도에 점을 찍은 뒤) 내 위치는 여기 정도이다. 극좌에 있지 않다.”

민주당 우경화와 말하기 책

-민주당이 중도층을 붙잡기 위해 우경화하고 있다는 시선이 있다.

“중도로 가면 중도조차 붙지 않는다. 중도층을 끌어오려면 야당이 야당답게 잘하면 되는 거다. 그러면 국민은 ‘어? 저기 제대로 하네? 그럼 다음에라도 기회 줘야지’ 한다. 국민은 능력 있고 잘하는 정당으로 움직인다. 열린우리당 때 이미 우리가 실패했던 학습(열린우리당은 출범 초부터 개혁파와 실용파의 갈등이 있었지만 사실상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다. 집토끼와 중도층의 마음을 얻는 데 모두 실패했고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주었다)을 반복하고 있다. 정당에 대한 히스토리가 축적이 안 되니 피드백(주고받는 연쇄영향)도 안 되고 매번 리피트(반복)만 한다.”

-정 의원이 생각하는 새정치란 뭔가?

“새정치를 말하려면 구정치가 뭔지 물어야 한다. 구정치는 뭘까. 분단을 이용해 정권을 유지하는 것. 친일파 척결 못한 것. 지역감정 이용해 기득권 유지하는 것이다. 이 구태정치를 청산해야 새정치다.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 깎아준 것 때문에 ‘빵꾸’난 세금 11조를 서민들이 메꾸고 있다. 이걸 회복시키는 게 새정치다.”

-당 패권주의 논란은 어떻게 생각하나?

“친노 패권주의라는 용어를 반대한다. 노무현은 국민이 사랑한 대통령이었는데 조중동이 친노 계파의 수장처럼 만들어버렸고 당이 여기에 휘둘렸다.”

정청래 의원은 스스로 당 대표가 아닌 ‘당 대포’를 자임한다.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 다른 의원들을 대신해 말을 하고 적들과 싸운다. 직설과 독설은 가끔 당 내부를 향하기도 한다. 당내에서도 그의 적이 조금씩 생겨났다. 사실 그의 튀는 언행은 17대 국회 때부터도 있었다. 다만, 그때는 에스엔에스라는 게 없었던 시기여서 지금같이 주목을 받지 않았을 뿐이다. 그는 왜 조용히 살려고 하지 않는 걸까. 그는 그의 책에서 이렇게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일하는 소가 매 맞는다.”

일 많이 하던 우직한 소는 4년간 국회를 떠나게 됐다. 정 의원은 일단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돕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책을 쓸 거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최근 한 출판사에서 ‘말하기 특강’이라는 주제로 정 의원에게 책을 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2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정 의원은 종이 한 장 살펴보지 않고 속사포처럼 주장을 쏟아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그는 양향자 후보의 지역구 사무소 개소식 참석을 위해 광주광역시로 내려갔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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