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경수, 최인호, 전재수, 박재호
4·13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친노 배제’ 논란이 거듭됐지만, 투표함을 열고 보니 이른바 친노 정치인이 상당수 당선됐다. 일부 언론에선 ‘친노 패권’ 청산을 더민주 정치개혁과 당 쇄신의 핵심처럼 설파했지만, ‘친노’는 이번 선거를 거치며 또렷한 정치세력으로 생환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의 씨앗을 뿌렸던 부산·경남에선, 각고의 노력 끝에 당선된 이들이 여럿이다. 이들은 지역주의를 깨는 주역으로 당당히 주목받으면서 향후 당내 권력구도에서도 상당한 발언권을 행사할 발판을 마련했다. 4·13 총선에서 당선된 참여정부 출신 김경수(49·경남 김해을), 최인호(50·부산 사하갑), 전재수(45·부산 북강서갑), 박재호(57·부산 남을) 네 사람은 모두 ‘기호 2번’을 달고 여당 텃밭인 부산·경남에서 3수 또는 4수 도전 끝에 국회에 입성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당선자는 2012년 총선, 2014년 경남도지사 선거에 내리 낙선했으나 이번 선거에선 62.4%의 표를 얻었다. 이는 더민주 내 전국 최다 득표율이다. 참여정부에서 국정상황실 행정관,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 제2부속실장을 지낸 최인호 당선자(부산 사하갑)는 부산에서 네번째 도전 끝에 승리했다. 부산 북강서갑의 전재수 당선자 역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부산 북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것을 포함해 이번이 네번째 도전이었다. 참여정부 정무2비서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등을 지낸 박재호 당선자는 부산 남을에서 네번째 도전한 끝에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당분간 이들이 ‘친노’의 이름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별로 없을 듯하다. 전재수 당선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더민주를 바라보는 계파 분류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국회에 들어가서도 기존의 친노-비노 계파 이분법에 휘둘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끼리 따로 만남을 꾸리거나 그럴 생각도 없다. 다른 당선자들도 생각이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 성향의 한 당직자도 “이들은 ‘노무현 바람’에 덕을 많이 본 ‘수도권 친노’들과 달리 오랜 시간 동안 밑바닥을 훑으며 성장한 정치인들”이라며 “원내에 진입하게 되면 일단은 ‘친노’보다는 ‘피케이(PK) 풀뿌리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먼저 부각시키며 활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들이 아무리 계파주의와 거리를 둔다고 하더라도, 6월말 또는 7월초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따로따로’ 행동할 것 같진 않다. 정서적, 지역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도울 가능성이 크다. 당 지도부에 영남권 인사를 들여보내기 위해 자연스레 힘을 모을 수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민주가 취해야 할 정책적 방향과 노선을 놓고 논쟁이 벌어진다면 자연스레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더민주는 지난 1월 ‘김종인 체제’가 들어선 이후 각종 정체성 논란이 벌어졌지만 선거 기간이란 특수성 때문에 쟁점화되지 않은 채 묻혔다. 총선이 끝난 이젠 숨죽였던 이들의 목소리가 분출될 공간이 열렸다.
친노그룹 내부에서도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지난해 당 혁신위원으로서 활동했던 최인호 당선자는 친노의 ‘상징’인 이해찬 전 총리를 향해 ‘백의종군’,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 바 있다.
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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