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서로 자리를 권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대 국회에서 협상 파트너가 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5일 첫 상견례를 가졌다. ‘소통과 협치를 하자’며 손을 맞잡았으나 신경전도 벌였다.
두 사람은 정치활동에선 특별한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 원내대표는 이날 우 원내대표와의 오래 된 일화를 소개했다. 1987년 6월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우 원내대표가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씨의 장례식에서 영정 사진을 들고 있었는데, 당시 신문사 사회부 기자였던 정 원내대표가 현장을 취재했다고 한다.
정 원내대표는 또 자신이 김종필 전 국무총리한테서 정치를 배웠고 우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제자임을 강조하며 유대감을 드러냈다. 정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 스승과 제 스승은 ‘디제이피(DJP) 연합’을 해서 국난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 두 어른은 협치를 처음으로 실천하신 분”이라며 “우리가 그분들 문하생이니까 잘 할 겁니다. 어른들 하신 협치 잘 좀 해봅시다”라고 말했다.
국회 운영과 관련해선 약간의 기싸움도 벌어졌다. 우 원내대표는 “19대 국회에선 여야 원내대표가 원만하게 합의해도 청와대가 개입해 합의를 뒤엎고, 합의 과정에서 청와대의 반대로 협의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여야 간 자율성을 갖고 국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시면, 저희도 합리적으로 대화·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당이 2당 신세가 됐지만 집권여당이 바뀐 게 아니다. 헌법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이고 집권여당이기에 긴밀한 당정 협의를 통해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면서 “국민이 만들어준 여소야대, 협치의 지상 명령에 대한 인식을 여권에서도 다 하고 있다. 대통령도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지시를 내리는 일은 없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한편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추대된 날부터 어제까지 8일간 할 말을 다 했기에 가급적 발언을 자제하고 관망 모드로 들어갑니다. 거대 1·2당 속에 38석의 3당이니 위축도 되고 눈치도 보입니다. 당분간 두분의 말씀을 듣겠습니다”라며 돌연 자세를 낮췄다.
이경미 엄지원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