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국회 당선자 총회에서 ‘새누리당에 바란다’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금 국정은 고장난 자동차 같은 상태”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9일 새누리당 20대 국회 당선자 총회에서 ‘새누리당에 바란다’는 주제의 특강을 하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교수는 “유승민 의원 이야기부터 하겠다”며 불편한 주제를 꺼냈다. 그는 “증세 없는 복지는 있을 수 없다는 유 의원의 주장은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로, 공당이라면 심각하게 논의했어야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아무 논박도 없이 바로 ‘진실한 사람’ 논쟁으로 이어졌고 국민들이 보기에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또 친박계 일각에서 띄웠던 ‘반기문 외치 대통령+친박 내치 총리’ 구상에 관해서는 “지금 국정운영 체제는 국회와 행정부 모두 고장나서 누가 몰아도 안 되는 고장난 자동차 같은 상태인데도 청와대와 소위 친박 세력은 재집권을 위한 시나리오로만 이 문제를 들고나왔다. 이는 국민을 모독하는 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오로지 권력투쟁에만 매몰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왜 꼭 (선거에서) 이겨야 하나. 이기고 지는 것 말고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며 “3포 세대, 5포 세대, 7포 세대, 헬조선이라 얘기한다. 세도정치 한 사람들이 망국 길을 이끌었다고 얘기하듯 세월이 지나면 ‘누가 이 나라를 이렇게 이끌어놨냐’고 후손들이 책임 물을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례대표로 당선된 전희경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강연 뒤 자유토론에서 ‘새누리당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에 이어 야권 인사한테 강연을 듣는 것은 보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라는 취지로 강연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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