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방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포럼 행사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반기문 관훈클럽 토론
반 총장, 대망론 의식한 듯
“기대 있다는것 염두에 두겠다
선거운동 해주겠다는 사람도 있어”
퇴임 이후 체력문제 없나 묻자
“10년간 마라톤을 100m 뛰듯 해”
‘김대중 동향 보고’ 보도 부인
반 총장, 대망론 의식한 듯
“기대 있다는것 염두에 두겠다
선거운동 해주겠다는 사람도 있어”
퇴임 이후 체력문제 없나 묻자
“10년간 마라톤을 100m 뛰듯 해”
‘김대중 동향 보고’ 보도 부인
‘반기문 대망론’이 한창 꿈틀대는 시점에 한국을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한 듯 보였다. 25일 오후 제주 서귀포의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간담회는 반 총장이 탄 제주행 비행기가 연착되며 예정보다 늦게 시작됐지만, 그는 다음 공식 일정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모두 답했다.
반 총장은 여권의 대선 주자들이 지난 총선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가운데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의식하고 있음을 은근히 드러냈다. 그는 “제가 7개월 후에 퇴임하면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들을 한국 내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많이 물어본다. 전부 신문 봤는데 자기들이 많이 도와주겠다, 선거운동 해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퇴임 이후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지금 현재는 제가 맡은 소명을 성공적으로 맡아서 여러분께 성공적으로 이를 보고할 수 있는 게 바람직스러운 거 아니냐. 지금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특별히 도와달라”고 했다.
‘대선 출마와 무관하게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반 총장은 지체 없이 ‘분열’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부에서 여러 가지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고 이런 것이 해외에 가끔 보도되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나와 솔선수범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도 말했다. 사회적으론 계층간 반목과 진영 분열, 정치적으론 계파 갈등이 심각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는 동시에, 이를 극복할 지도자가 없음을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갈등을 치유할 지도자가 없다는 것은,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국제기구 수장이라는 그의 위치와 대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는 또한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여성과 청소년들을 위해 노력했음을 강조하며 새 시대의 리더십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유엔부터 솔선수범해야겠다고 생각해 역대 여성 고위직을 합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을 임명하고 분위기를 확 바꿨다”며 “우리나라는 과장해 말하자면 신라 이후 첫 여성 지도자를 배출했는데 여성 국회의원·각료들이 더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에 73살이 되는 반 총장은 ‘총장 퇴임 이후 활동에 연령이나 체력적 문제는 없냐’는 질문에 “나는 10년간 마라톤을 100미터 뛰듯 했다. 1년에 하루도 아파서 결근했다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도 없고,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아파서 결석한 적이 없다”며 “내가 보약을 먹는 것도 아니다. 한국 같은 선진사회에서 체력 같은 것은 요즘은 별문제가 안 된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1948년의 국민 체력이나 자연수명과 지금의 자연수명은 최소 15년, 많게는 20년까지 차이가 있다. 미국 대통령 나온 사람들이 민주당은 전부 70, 76살 이렇다”는 말도 했다.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대선 출마 관련 언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을 자주 만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 때도 그랬고 어느 대통령이건 다 만났다. 7번 만났다고 하는데 다 공개된 장소였다. 회의가 있어서 가니까 사진 찍히는 것”이라며 “그런 것을 너무 확대해석해서 다른 방향으로 하는 것은 내가 볼 때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그는 ‘홍문종 의원이 반기문 총장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고 한다’는 물음에도, “홍 의원과는 1980년대에 미국 유학시절을 함께 한 적 있다. 하지만 최근에 전화통화도 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반 총장은 자신이 1980년대 미국에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국내에 최초로 보고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기가 막힌다는 생각을 했다”며 적극 부인했다. 그는 “저는 뉴욕 총영사관에 적을 두고 고급 귀빈들이 많이 오니까 명예총영사 역할 비슷하게 했다”며 “제가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서 한 것이 아니라 정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 보고한 것이고 개인 의견은 들어간 것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가 따라다니면서 그런 것도 아니다. 흠집을 내는 건데 제 인격에 비춰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앞으로의 ‘큰 꿈’을 위해 자신에게 씌워진 ‘네거티브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사전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주현 기자, 서귀포/황준범 기자 edigna@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20_반기문의 ‘구직 활동’, 성공할까?]
[관련기사] ▶ 바로 가기 : 반기문 “내년 1월, 한국시민으로 어떤 일 할지 결심”
▶ 바로 가기 : 여당선 “영입 움직임 가속화 할수도”…야당선 “유엔총장 직분에 충실할 때”
▶ 바로 가기 : 반기문 “북 인도적 지원 통해 대화 물꼬터야”
[언니가 보고있다 #20_반기문의 ‘구직 활동’, 성공할까?]
[관련기사] ▶ 바로 가기 : 반기문 “내년 1월, 한국시민으로 어떤 일 할지 결심”
▶ 바로 가기 : 여당선 “영입 움직임 가속화 할수도”…야당선 “유엔총장 직분에 충실할 때”
▶ 바로 가기 : 반기문 “북 인도적 지원 통해 대화 물꼬터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