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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 도청 공모, 새로 드러나 사실들

등록 2005-10-26 18:59수정 2005-10-26 21:32

국정원 도청 실태 및 보고
R2수집팀 3600회선 접속능력…국내담당에 하루 7∼8건 전달 일일 중요 보고내용 비하면 검찰 밝혀낸 7건 ‘빙산의 일각’ 일듯

국가정보원이 정치인과 경제인, 고위 공직자 등의 휴대전화번호를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R2)에 입력해 놓고 무차별적으로 도청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도청 체계=검찰이 26일 기소한 김은성(60) 전 국정원 국내담당 차장의 공소장을 보면, 국정원 8국(과학보안국) 운영단 소속 국내수집과의 ‘R2수집팀’은 감청장비 6세트, 최대 3600회선을 접속해 도청할 능력을 갖췄다.

수집팀은 이동통신사의 상호접속교환기와 케이티(KT)의 관문교환기가 연결돼 있는 광화문 등 6개 전화국에서 유선중계통신망 회선을 분리해, 국정원에서 자체 제작한 ‘커플러’(연결기)를 통해 국정원 안 R2감청장비에 연결했다. 실시간 통화내용을 도청한 것이다. 수집팀은 2개 팀으로, 한 팀당 4개 조 16명이 3교대로 24시간 일했다.

검찰은 수집팀이 2000년 10월 말께부터 이듬해 11월 중순까지 감청장비에 미리 입력해 놓은 정치인 등 주요 인사들의 휴대전화 등 하루에 수십 건의 통화를 엿듣고, 10여 건 가량의 중요 통화내용은 문서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수집팀이 도청한 내용을 전송하면 종합처리과는 중요 사항을 골라내 에이(A)4 용지 반쪽 만한 크기의 보고서에 대화체로 요약했다. 이어 8국장의 결재를 받고 국내담당 차장에게 보고했다. 차장에게는 날마다 7~8건의 중요 통화내용이 ‘8국’ ‘친전’이라고 쓰인 봉투에 밀봉된 채 전달됐다.

국정원은 또 이동식 휴대전화감청장비(CAS)를 8국 기술연구단에서 관리하면서 사용부서의 신청을 받아 사용했다. 카스에 미리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특정모드)하는 경우는 8국장의 결재를 받았으나, 직원이 현장에서 번호를 임의로 입력(임의모드)해 사용한 뒤에는 국내담당 차장의 결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 10월~2001년 4월 국정원 직원들은 평균 한달을 사용기간으로 60~70차례 카스를 대출받아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도청했다.

도청 대상=검찰은 김 전 차장을 기소하면서 7건의 도청 사실을 명시했다.


2000년 12월께 권노갑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의 퇴진을 주장한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과 ‘진승현 게이트’에 관련된 사람들을 도청한 사실은 구속 때 이미 알려졌다. 새로 밝혀진 5건도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R2수집팀은 2001년 4월 민국당 김윤환 대표와 민주당 의원 사이의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의 정책연합’과 관련한 통화내용을 도청했다. 9월에는 자민련 이아무개 의원과 자민련 관계자 사이의 ‘임동원 통일원 장관 해임안에 대한 자민련의 입장’과 관련한 통화내용을 엿들었다. 국정원이 정치 사찰을 했다는 증거다.

특히 수집팀은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의 당사자인 최규선씨에 대해서는 2000년 10월부터 1년 남짓 ‘금전관계, 여자관계, 자기 과시 내용 등’ 사생활과 관련한 통화까지 도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1년 4월에는 최씨가 국정원장 등 고위 공직자의 인사에 관여하는 통화도 불법감청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수집팀은 2001년 여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미국 방문과 관련한 통화 내용도 엿들었다.

그렇지만 검찰이 밝힌 7건의 도청 사례는 국내담당 차장이 하루에 7~8건의 중요 통화내용을 보고받았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또 R2수집팀이 주요 인사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미리 입력해 놓고 도청한 사실은 특정 인사들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장기간, 모든 통화내용을 도청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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