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 을 주제로 강연을 하기에 앞서 시계를 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시장경제 위협 기득권세력 개혁“
“왕의 지배 받지않는게 공화주의”
헌법 언급하며 정권 우회 비판
“왕의 지배 받지않는게 공화주의”
헌법 언급하며 정권 우회 비판
유승민 의원(무소속)이 6개월 만에 대학 강단에 서서 “시장경제 개혁”과 “공화주의 가치 실현”을 강조했다. 잠재적인 여권 대선 후보로 꼽히는 유 의원이 ‘개혁적 보수’의 화두를 내걸고 몸풀기에 나선 걸로 해석된다.
유 의원은 3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재학생들을 상대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을 주제로 2시간 동안 강연을 했다. 유 의원은 “공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지난해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며 언급한 헌법 1조1항(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을 다시 꺼냈다. 유 의원은 “저성장, 양극화, 불평등, 불공정을 치유하고 해결하는 근본적 이념으로서 공화주의를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옛날 박정희 대통령이 5·16 쿠데타 이후 만든 군사정당 이름이 공화당이라서, 공화의 참뜻을 생각 안 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유 의원은 “공화주의는 왕의 지배를 받지 않고 공공선을 목표로 만들어진 법이 지배하는 체제로, 굴종적이고 주종적인 지배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한마디에 당내 친박계가 자신을 몰아붙여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지난 총선에서도 공천 배제 압박으로 탈당했다. 그런 그가 헌법 1조1항을 다시 꺼내들어 공화주의를 강조한 것은 현재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유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2030세대의 투표율이 늘어난 것에 대해 “양극화·불평등에 대한 분노로 욕만 해대는 게 아니라 투표장에 간 것이라면 공화주의에서 말하는 시민적 덕성에 가까이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유 의원은 학생들에게 대한민국 헌법과, 마우리치오(모리치오) 비롤리의 저서 <공화주의>를 소개하며 꼭 읽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또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기득권 세력”이라며 “친재벌정책을 친시장정책으로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 총수의 사면복권·가석방 금지, 제조물책임법과 집단소송제 강화, 사법·행정 전관예우 금지,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시행 등을 언급했다.
새누리당 복당을 신청해둔 유 의원은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저는 아니다. 복당해서 하고 싶은 일도 보수당 혁신과 변화에 모든 걸 바친다는 생각”이라며 몸을 낮췄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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