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7일 오전 국가미래연구원·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 주최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보수-진보 합동토론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회 원 구성 난항
국민의당 제안, 더민주 수용
‘상임위 배분은 별도 협상’ 제시
“그렇게 않기로 약속해놓고”
새누리 ‘의장 여당몫’ 고수
여야 원내대표 만났지만 합의 못해
16대때 무기명 투표 선례 2차례
국민의당 제안, 더민주 수용
‘상임위 배분은 별도 협상’ 제시
“그렇게 않기로 약속해놓고”
새누리 ‘의장 여당몫’ 고수
여야 원내대표 만났지만 합의 못해
16대때 무기명 투표 선례 2차례
국회 원 구성 협상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 7일 여야 원내대표가 만났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해, 20대 국회도 ‘지각 국회’ 오명을 쓰게 됐다. ‘국회의장부터 자유투표로 선출하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제안에 새누리당은 “야당의 짬짜미”라며 거부했다. 국회의장단 선출 법정 시한인 이날을 넘김으로써, 원 구성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의장 자유투표’ 카드를 꺼낸 것은 제3당인 국민의당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을 한꺼번에 협상하느라 시일이 지체되고 있으니 양당에서는 먼저 의장 후보부터 확정해 달라”고 제안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내놓은 후보를 놓고 본회의장에서 자유투표로 의장을 선출한 뒤 상임위원장 협상을 마무리짓자는 것이다.
더민주는 긴급소집한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당 제안을 수용했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을 열어 “4·13 총선 민의를 존중해 원내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하며 그 방법으로 원 구성 시한을 지키고 소모적 논쟁을 없애기 위해 (국민의당이 제안한) 자유투표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야 2당(161석)의 공조에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에게 “의장 선출은 관례대로 (여야) 합의하에 표결하는 것이다. 야당끼리 하지 않기로 어제 약속했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시내에서 비공개로 마주 앉았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회동에서 이들은 여러 쟁점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회동 뒤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각 당의 기존 입장 그대로다. 앞으로 당내 의견 수렴을 더 해 수시로 논의하자고만 했다. 협상을 길게 끌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회동 뒤 페이스북에 “‘안철수 제안’에 대해 논의했고 각자 당내 사정을 설명하며 조속한 원 구성을 위해 각 당에서 당내 조율을 하고, 가능하면 내일 다시 논의하자고 끝냈습니다”라고 밝혔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 법정 기한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 책임있는 원내 1당으로서 최선을 다해 원 구성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비록 이날 협상은 결렬됐지만 의장 자유투표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국민의당이 자유투표를 던지고 더민주가 기다렸다는 듯 받아주는 것은 야당의 짬짜미”(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라는 입장이다.
의장을 자유투표로 선출하게 되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선택에 따라 의장은 더민주로 갈 수도, 새누리당으로 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의장 선출 전에 18개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국민의당을 우군으로 만들려는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물밑 구애’도 치열해지게 된다. 각 당의 셈법도 그만큼 복잡해진다.
원 구성 협상 장기화 가능성에 여야는 여론전에도 신경쓰고 있다. 더민주는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뒤부터 의장직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새누리당은 “사실무근”이라며 “다수 야당이 협치의 정신을 깨고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맞선다. 협상 지연의 책임이 서로에게 있다고 떠넘기는 것이다.
국회의장을 1, 2당이 각각 후보를 내서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 전례는 이번처럼 여소야대 국회이던 16대 국회에 두 차례 있었다. 전반기인 2000년에는 여당이지만 2당이던 민주당의 이만섭 의원이 1당인 한나라당의 서청원 의원을 누르고 의장에 선출됐다. 디제이피(DJP) 연합의 숫자로 다수당을 압도한 것이다. 그러나 디제이피 연합이 와해된 후반기(2002년)에는 박관용 한나라당 의원이 김영배 민주당 의원을 본회의 자유투표에서 꺾고 의장이 됐다.
이경미 엄지원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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