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상임운영위 회의에 앞서 10·26 재선거 당선자들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축하의 말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자축 분위기 대신 “자만감 안돼” 목소리
이명박 대안론 주춤…박-이 경쟁구도 굳혀
한나라당의 10·26 재선거 전승이 2007년 대통령선거에는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재선거 다음날인 27일, 한나라당은 마냥 축제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장기적으로 한나라당에 미치게 될 영향을 분석하며 내부를 추스르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이명박 경쟁구도 굳어져=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번 선거의 최대 수확으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당내 대선후보 경쟁이 다시 팽팽해졌다는 점을 꼽았다. 박 대표는 지난 7월말 여론조사에서 처음 이 시장에게 지지도 역전을 허용한 뒤, 청계천 새물맞이 직후인 이달 초에는 이 시장에게 10%포인트 이상 처지기까지 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런 추세 속에 재선거에서 패배했다면 ‘이명박 대안론’이 급격히 떠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번 재선거를 통해 대선후보의 큰 덕목인 대중적 인기와, 이에 기반한 선거 경쟁력을 다시 입증했다. 대구 출신의 한 의원은 “선거 직전 대구 동을에서 유승민 한나라당 후보가 미세한 차이로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으나, 유세 마지막날 박 대표의 거리 유세에 인파가 몰리면서 판세가 뒤집어졌다”고 말했다. 이 시장 쪽은 일단 박 대표의 선전에 그다지 긴장하는 기색은 아니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박 대표와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게 국민들 보기에도 좋다”며 “너무 일찍 한 쪽이 탈락하는 것은 대선전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짐짓 여유를 보였다. 박 대표는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도 선거전을 주도하면서 대선 가도를 닦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에선 박 대표를 두고 여전히 ‘새로운 비전 제시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소장파 의원은 “승리의 주 요인은 여권의 실정”이라며 “한나라당은 독자적인 선거 쟁점을 내놓기보다 이념 논쟁과 정부의 실정만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한 의원은 “박 대표의 ’구국운동’ 선언이 영남권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수도권에서는 큰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영남 지역정서 바뀌나=한나라당 한쪽에선 대구 동을 재선거 결과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번 선거가 대통령선거였다고 가정하면 아찔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강철 열린우리당 후보는 3만789표를 얻었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얻은 1만7473표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득표율도 44%로, 이 지역에서 출마했던 어느 여당 후보보다 높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역구마다 한표라도 더 얻으면 당선되지만, 대통령선거는 모든 지역 득표의 합산으로 승부가 난다”며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이번처럼 선전한다면 한나라당으로선 큰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내 경각심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강두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는 근소한 승리였다”며 “야당도 잘못하면 얼마든지 심판하겠다는 국민 뜻을 읽고 새로운 각오로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소장파 의원은 “선거 풍토가 인물과 내용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결과만 두고 자만에 빠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