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논란이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또 반복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표현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축사에서도 “건국 67주년”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 12일에는 청와대 독립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김영관 전 광복군동지회장이 박 대통령을 향해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의 건국절로 하자는 일부의 주장은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박 대통령은 이런 지적에 아랑곳않고 ‘건국 68주년’이라는 말을 또 사용한 것이다.
지난해 국정교과서 논란 때 건국절의 정의를 둘러싸고 박 대통령과 날카롭게 대립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도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문 전 대표는 “헌법은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제헌헌법은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이 건립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대 정부는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이 아닌 정부수립일로 공식 표기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대한민국이 1948년 8월15일 건립됐으므로 그날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반역사적, 반헌법적 주장이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전 대표의 이 글은 박 대통령이 세종문화회관에서 한창 축사를 하고 있을 즈음에 게시된 것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건국 68주년’ 발언을 미리 인지하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전부터 줄곧 ‘1948년 8월15일 건국’을 주장해온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권은 ‘건국절’을 옹호했다. 김현아 새누리당 대변인은 광복절 논평에서 “암흑 같던 시대에 광복을 향한 국민들의 소망과 애국선열의 결연한 의지와 희생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건국,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통한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라는 기적의 역사로 이어졌다”고 밝혀, ‘광복’과 ‘건국’을 함께 강조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페이스북에 “1948년 오늘은 대한민국 자유민주국가를 세운 건국절이다. 광복절·건국절이 겹친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통일을 기도드린다”고 적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김부겸 더민주 의원 등 야권의 유력 인사들은 광복절을 맞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웠다. 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사드 배치 문제는 이념 논쟁이 아니라 철저히 국익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사드 배치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된다”며 “국가의 미래에 파급효과가 큰 사안이므로 반드시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김부겸 더민주 의원도 페이스북에 “지금이라도 정부는 납득 가능한 근거를 국민들 앞에 공개해야 한다”며 “정부는 반대하는 목소리를 무시하지 말고 경청해야 한다. 진지하게 설득하고 더 나은 대안이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