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포츠재단 이사장 누가 앉혔나
‘케이(K)스포츠’는 공개된 재산만 288억원에 달하는 거대 재단이지만 최순실(60)씨의 ‘인연’에 크게 기대고 있다. 최씨는 직함을 가지거나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자연인’이다. 그런데도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 자리에는 최씨의 건강을 돌봐온 스포츠마사지 전문가가 앉았다. 최씨와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인물 역시 최씨에게 재단 참여를 제안받았다. 삼성, 현대차 등 국내 굴지의 기업 41곳이 출연자로 나선 재단의 인사에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씨가 등장하면서 “도대체 박근혜 대통령과 재단이 무슨 관계냐”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 인연 2011년께 정동춘(55)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과 대학 선후배 관계인 이아무개씨는 함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운동기능회복센터(CRC)를 차렸다. “기능이 저하된 몸의 여러 부분을 활성화해 운동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둔 센터”라는 것이 정 이사장과 이씨의 설명이다. 주로 쇼트트랙 등 부상이 잦은 운동선수들과 재벌가 유력인사 등이 찾았다. 정 이사장은 “고정 고객만 2000명이었고 정·재계의 유명인들도 왔다. 고정 고객이 2000명 정도 확보된 상태에서 케이스포츠재단으로 온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순실씨가 운동기능회복센터를 찾게 된 건 이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이씨가 정동춘 이사장과 동업으로 센터를 차리면서 최순실씨에게 “찾아 달라”고 권유를 했고 “한번 와보시고 효과가 좋아, 건강관리 차원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았다”고 이씨는 말했다. 이씨는 최씨의 딸 정아무개(20)씨에게 어린 시절 운동을 가르치며 인연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유아스포츠 센터를 운영했는데, 운동기능발달 쪽도 하고 해서 어릴 때부터 (딸이 스포츠센터에) 와서 운동을 했다”며 “그 이후 최순실님 옆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최씨는 이씨에게 먼저 케이스포츠재단의 취지를 설명하며 자리를 제안했지만 이씨는 “하고 있는 일이 있어” 제안을 수락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제안은 정동춘 이사장에게 넘어갔다. “정치권의 제안을 받지 않았다”고 정 이사장은 부인하지만, 센터에서 5년 넘게 건강관리를 한 인연을 빼면 정씨가 재단 이사장이 된 배경을 설명할 길이 없다.
■ 자격 정동춘 이사장은 “체육계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것이 체육계 인사들의 설명이다. 정 이사장은 운동기능회복센터를 열기 전 한사랑병원·국민체력센터 등에서 운동처방실장을 맡아왔지만, 직접 선수 또는 지도자 생활을 하며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이력은 없다. 정 이사장은 “운동의 의료적인 역할에 관심을 가져왔고, 체육계에서의 연구나 활동보다 실질적인 쪽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정동구(74) 전 이사장과는 대조적인 이력인 셈이다.
정동구 전 이사장은 대한민국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양정모 선수(레슬링)의 코치로 한국체육대학 총장까지 맡았던 체육계 원로다. 케이스포츠재단의 법인등기부등본 등을 보면, 정동구 전 이사장은 지난 2월26일 재단 설립 한달여 만에 재단 이사장직을 사임했다. 정동구 전 이사장은 <한겨레>와 만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겠다 싶어 재단을 나오게 됐다. 체육인들이 참 불쌍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지만 “일을 할 수 없었던 구체적인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동춘 이사장 말고도 케이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이사들의 면면에는 최순실씨의 흔적이 많이 묻어난다. 한 정치권 인사는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재단 설립을 기획하고 실행한 게 최순실씨”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최순실씨가 해명해야 할 대목이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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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인 정윤회(왼쪽)씨와 전부인 최순실씨가 2013년 7월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이 출전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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