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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단독] 보름새 738억 모은 전경련…‘안종범의 입김’ 의혹 쏠려

등록 2016-09-22 05:30수정 2016-09-22 08:20

두 재단에 유례없는 초고속 현금
경제수석, 전경련이 ‘주요 업무채널’
‘자발적 출연’ 밝힌 기업 한곳도 없어
주승용, 최순실 배후 의혹도 제기
안 수석 “개입할 리 있겠나” 부인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1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1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샴쌍둥이’와 다를 바 없는 재단법인 케이스포츠와 미르의 수상한 설립 배경 가운데 가장 베일에 가린 부분은 모금 과정이다. 누가 나섰길래 재벌들을 움직여 짧은 시간 수백억원의 돈을 거둘 수 있었는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미르는 돈을 댄 거의 대부분의 대기업들로부터 10월26일자로 재산출연증서를 받아냈다. 설립 허가를 받기 바로 전날이자, 문화체육관광부에 설립 신청서를 낸 날이다. 일부 기업들의 출연증서엔 날짜 표시가 없거나 그달 25일로 돼 있다. 미르에 469억원이란 거금은 이렇게 빨리 모였다. 케이스포츠는 지난해 12월24일부터 올 1월12일까지 불과 보름 동안에 대기업들로부터 269억원에 이르는 출연증서를 받아냈다. 이후 실제 돈이 흘러가는 데 시차가 나긴 하지만 18개 대기업은 돈을 내기로 약속하는 과정에선 발을 맞춰 뛰었다. 각각 체육과 문화를 매개로 하는,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재단에 돈을 내는 기업들의 이름 또한 이상하리만치 거의 겹친다. 한 사람이 돈을 모아 두 곳에 나눠준 모양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일사불란하게 줄 세울 수 있는 힘을 빼놓고선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기업들은 수백억원을 출연하고도 정작 재단의 인적 구성과 실제 운영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수상한 모금 과정에 우선 시선이 쏠리는 곳은 권력의 최고 정점인 청와대다. 이 가운데서도 경제계에 직간접적으로 입김을 미칠 수 있는 곳은 경제수석실이다. 키는 경제수석이 쥐고 있다. 당시 경제수석은 안종범 현 정책조정수석이었다. 돈을 끌어모으는 창구 역할을 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비록 민간 경제단체이긴 하지만, 청와대가 기업에 지원 등을 요청할 때 창구 역할을 한다. 이런 여러 이유와 맞물려 이석수 청와대 특별감찰관(특감)이 지난 7월 주목했던 인물도 바로 안 수석이다. 실제 안 수석이 전경련을 통해 기업체들에 압력을 행사해 수백억원을 모금했다는 첩보가 있어서, 조사까지 이뤄졌다. 하지만 내사는 금세 중단됐다. 안 수석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경련이 모금하고 다 한 건데…. 내가 기업에 돈 내라고 할 그럴 정신도, 필요도 없다”며 “내가 개입할 리가 있겠냐”고 말했다.

정작 모금 창구 노릇을 한 전경련은 입을 꽉 닫고 있다. <한겨레>는 수차례 당시 실무 업무를 총괄했던 이용우 전경련 상무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그는 답변을 거부했다. 전경련은 돈 심부름뿐만 아니라, 위조된 재단 설립 신청 서류들을 작성했던 주체다. 돈을 받은 두 재단 또한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정확한 배경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김형수 전 미르 이사장은 “세팅이 되고 난 뒤에 가서 재단 태동 배경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지난 2일 사임했다. 정동춘 케이스포츠 이사장은 “그건(대기업들의 수십억원 갹출) 명분이 되면, 같이 기업 하는 사람들의 합의된 생각이 있으면… 사정이 안 되면 쭈뼛쭈뼛하지만, 어떤 분위기가 형성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진 뒤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고 나서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두 재단의 모금 과정 뒤에 있다는 의혹 또한 제기되고 있다. 최씨가 케이스포츠의 이사장 선임에 개입한 정황 또한 이런 의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유불리에 대단히 밝고 냉정한 재벌들이 어떻게 꾸려지고 어떻게 운영될지도 모르는 불투명한 재단에 돈을 몰아줬다”며 “일각에서는 최순실씨를 (모금 과정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이근 박수지 방준호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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