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6일 오후 국회 대표실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한 입에서 나온 두 말’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대표는 26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으나, 2년 전 정치인의 단식을 “특권의 시작”이라고 비판한 사실이 이날 확인됐다. 2014년 10월31일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의 회의록을 보면, 이 의원은 “선거제도가 정착된 그러한 나라(주요 20개국)들 중에서 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나라도 바로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라며 “여기에서부터 바로 우리 국회의원의 특권이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앞서 같은 해 7~9월 문재인 등 새정치민주연합 정치인들은 세월호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과 국회에서 릴레이 단식을 이어간 바 있다. 박근혜 정부를 향한 야당 의원들의 단식을 되레 ‘특권’으로 폄하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젠 정작 본인이 그 ‘특권’을 행사하는 ‘자기부정’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 결국 세상을 떠난 백남기 농민 사건에서도 이 대표는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11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쌀 협상 국회 비준동의 반대’ 시위 현장에서 전용철·홍덕표 두 농민이 경찰의 방패에 찍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던 이 대표는 “진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대통령은 즉각 사과하고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사인이 조속히 발표돼야 하며, 그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일이 나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는 11년이 지난 뒤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해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의 발언은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한 게 전부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다른 당의 대통령에게만 옳은 소리를 하고 자기 당의 대통령에게는 아부만 하는 정치인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이 대표가 옳고 곧은 소리를 내던 용기있는 정치인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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