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가운데)이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웅래 의원, 국감서 두 재단 출연 대기업 간부 녹취록 공개
노 의원 “안수석·이승철 수시 연락…청, 재단운영에도 개입”
노 의원 “안수석·이승철 수시 연락…청, 재단운영에도 개입”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스포츠를 설립하는 데 모금을 주도했다는 대기업 관계자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 얘기해서, 전경련에서 일괄적으로 기업들에 할당해서 (모금)한 거다”라고 말했다.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 등 4대 대기업을 비롯해 18개 그룹은 각각 지난해 10월과 올 1월 설립된 미르와 케이스포츠에 약 800억원에 이르는 돈을 출연했다. 노 의원은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안종범 수석이 개입하지 않고서 대기업으로부터 800억원 모금이 가능했겠냐”며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다고 이야기하지만, 돈을 낸 대기업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승철 부회장의 역할을 ‘모금 창구’로 지목하면서 “안종범 수석과 이승철 부회장은 수시로 연락”하는 사이라고 밝혔다. 그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관계자의 신상 공개와 관련해 “당사자가 신변의 위협을 느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지금껏 청와대와 전경련은 두 재단의 모금 과정과 관련된 의혹 제기에 기업들의 자발적 모금이라고 해명해왔다. 이에 앞서 <한겨레>는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청와대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과 기업체들에 출연을 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비위 첩보가 입수돼 지난 7월 내사를 진행한 사실이 있다”고 대통령 직속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실 한 관계자의 말을 따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 특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내사는 중단됐다.
재단의 모금 과정뿐만 아니라 운영에서도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 의원이 이날 공개한 또 다른 녹취록에 등장하는 미르재단 관계자는 “무슨 사업을 해야 된다고 여기저기에서 제안이 들어오고, 정부에서 도와준다니까 ‘이것도 하라’, ‘저것도 하라’고 사업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실제 미르재단의 사업들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의미가 큰 일”이라고 언급하고 재단은 이후 대통령 해외순방에도 여러 차례 동행하는 등 재단과 청와대의 관련성이 주목받고 있다.
류이근 엄지원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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