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김재수 해명’…핵심사실 누락에 논점 왜곡 ‘물타기’

새누리당 ‘의견광고’ 팩트체크

새누리당이 29일 주요 조간신문 1면에 ‘새누리당은 미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의견 광고를 실었다. 광고는 국회 파행의 원인이 된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 사유가 “모두 거짓말”이라며 △1.4% 초저금리 특혜 대출 △1억9천만원 황제 전세 △어머니 차상위계층 부정 등록 등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새누리당의 주장은 진실일까. <한겨레>가 김재수 장관 쪽이 제출한 소명자료와 청문회 과정의 질의응답 등을 근거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결론은 ‘새누리당 의견광고에 진실은 없다’는 것이다.

① “농협 대출금리 6.6%였다” → 2014년 1.4% 대출 받았는데 2001년 대출 건으로 사실 호도

김재수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농협은행을 사금고처럼 활용해 ‘갑질 재테크’를 했다는 논란에 시달렸다. 특히 농협에서 1.4%의 초저금리로 3억2천만원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사실은 김 후보자로부터 여론이 등을 돌리는 결정적 계기였다.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장기고객 우대로 (시중금리인) 8% 금리보다 1.4% 낮은 6.6%로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주장대로 김 장관이 2001년 6.6% 금리로 4억5000만원을 대출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야당이 문제삼았던 특혜 금리는 2014년말 김 장관이 용인의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농협은행에서 빌린 3억2천만원에 적용된 금리다. 농협은 애초 한국은행 기준금리(2.17%)에 0.07% 가산금리를 붙인 2.24%의 초저금리로 대출을 해줬고, 1년반 뒤인 올해 6월 1.42%로 다시 낮춰줬다. 이 금리는 농협은행의 1등급 신용자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2.82%)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9월1일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농협과 관련된 정책을 담당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에 걸맞는 혜택을 준 것 아니냐”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그것도 감안이 됐다”고 특혜 금리를 시인했다. 이런 객관적 사실을 외면한 채 야당이 문제삼지도 않은 2001년 대출금리를 들고나온 새누리당의 주장은 ‘논점 일탈’의 전형이다.

② “근저당 때문에 전세금 못 올려” → 입주 4~5년 뒤 근저당 해지된 핵심 팩트 누락

시가 9억원대 93평 아파트에 1억9천만원의 전세금만 주고 7년을 살았다는 ‘황제 전세’ 의혹에 대해 새누리당은 과도한 근저당 설정액으로 인한 ‘깡통 전세’ 위험 때문에 주택가와 근저당액의 차액 정도만 전세금을 내고 살았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집주인도 같은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런 새누리당의 주장은 결정적 팩트를 누락한 것이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각각 3억원과 3억8천만원씩 설정돼 있던 근저당은 입주 4년째인 2011년 10월과 5년째인 2012년 10월에 모두 말소됐다. 그럼에도 집주인은 2013년 세번째 전세 재계약 때 전세금을 올리지 않았다. 정작 김 장관은 자신이 소유한 88평 아파트를 시제이(CJ)에 전세로 빌려줄 당시엔 매매가보다 높은 5억4천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음에도 3억원의 전세금을 받아내는 ‘수완’을 발휘해 농협대출금의 4분의 3을 청산했다.

③ “8살 때 부모 이혼 뒤 정성껏 모시고 있다” → 야당이 내밀한 가정사 들춘 것처럼 논점 왜곡

야당이 문제삼은 것은 김 장관의 어머니가 2006년부터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 직전인 2016년까지 차상위계층으로 등록해 건강보험공단 보험금 등을 부정 지원받았다는 사실이었다. 김 장관 쪽도 청문회 당시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식들 모르게 한 것이며, 사실을 알게 된 뒤 바로잡았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야당이 마치 ‘김 장관이 친어머니를 돌보지 않았다’고 공격한 것처럼 몰아가며 “가슴 아픈 가정사를 정쟁에 악용해선 안 된다”고 충고까지 했다. 명백한 ‘논점 왜곡’이다.

이세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