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과의 인연
2014년 8월 문화융성위원 되기 전부터
‘최순실 통해 인연 맺었다’ 이야기 돌아
차씨 “먼발치서 뵌게 전부” 사실 부인
정부·문화계 인사 입김 의혹
몸담았던 회사 대표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
외삼촌 김상률은 청 교육문화수석
송성각 콘텐츠진흥원장과도 ‘막역’
“차은택씨가 대통령 심야 독대를 자랑했다는 증언도 나온다.”(<티브이(TV)조선> 7월29일 보도)
“한번도 독대한 적이 없다. 몇 번의 행사 때 먼발치에서 뵌 것이 전부다.”(<매일경제> 10월5일 차은택 인터뷰)
차은택 광고감독과 박근혜 대통령 관계에 대한 상반된 두 진술 가운데 어느 쪽이 진실일까? 2014년 이후 두 사람의 공식 행보만 봐도 최소한 ‘먼발치’라는 차 감독의 설명은 진실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2014년 8월 박 대통령은 차 감독이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를 ‘융복합’해 연출한 뮤지컬 <하루>(원데이)를 관람하기에 앞서, 차 감독과 나란히 무대에 섰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차 감독이 등장한 이후 문화계에서 융복합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며 차 감독의 영향력을 지적한 바 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차 감독이 깊숙이 관여한 ‘늘품체조’ 시연에 나서거나, 문화창조벤처단지 개소식에서 차 감독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듣는 등 ‘가까운 거리’에서 차 감독의 활동에 관심을 보여왔다. 평소 실내에서도 절대 모자를 벗지 않는 차 감독도 대통령 앞에서만큼은 모자를 벗었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차 감독의 한 업계 지인은 “차 감독이 문화융성위원 시절 ‘대통령과 한달에 한번 회의를 한다’고 자랑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티브이조선> 관계자 역시 “차 감독의 대통령 독대 보도를 뒷받침할 물증이 있으니 자신있게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차 감독이 정부에서 공식적인 직함을 얻은 것은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면서부터다. 하지만 <한겨레>와 만난 차 감독의 지인들은 “2013년이나 적어도 2014년 초부터는 대통령 최측근인 최순실씨를 통해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전했다. 차 감독은 이후 정부 인사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차씨가 조감독으로 본격적인 경력을 시작한 영상제작업체 ‘영상인’의 인맥이 대표적이다. 대표였던 김종덕 홍익대 교수는 2014년 8월 문체부 장관 자리에 앉았다. 같은 해 12월 차 감독의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됐다. 차 감독 자신도 이듬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창조경제추진단장 및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을 맡았다. <조선일보>는 최근 칼럼을 통해 세 사람의 긴밀한 관계를 암시한 바 있다. “호텔 음식점 방에는 장관 외에 차은택과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앉아 있었다. … 에이(A)씨(2대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는 바깥에서 한 시간 이상 기다렸다. 그런 뒤 들어가자 이런 지침을 받았다. ‘문화창조융합 일은 차은택이 시킨 대로 하면 된다.’”
문화계에서 ‘차은택의 사람’으로 꼽히는 또 다른 이는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차 감독이 만든 유령회사로 알려진 ‘엔박스에디트’의 2015년 3월~2016년 7월 사이 주소는 송 원장이 취임 전 대표로 있던 ‘머큐리포스트’ 사옥과 같다. 유령업체 주소를 공유했던 사이인 셈이다. 송 원장 취임 뒤인 2015년 콘텐츠진흥원 예산은 475억원이 늘더니 2016년 예산(안)에서는 694억여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대부분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681억원)을 콘텐츠진흥원이 맡으면서 생긴 예산이다.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은 차 감독이 단장을 맡았던 문화창조융합본부에 속한 사업이다. 차 감독과 송 원장은 서로 자리와 예산을 주고받은 관계인 셈이다.
문체부 국감에서는 또 차 감독과 함께 영상인에서 일했던 이동수씨가 케이티(KT) 마케팅본부 아이엠시(IMC) 본부장(전무)이 됐다는 부분도 지적됐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케이티와 문화계열 정부·공공기관은 광고쟁이들 입장에서는 한해 엄청난 광고·홍보 예산을 쓰는 큰 광고주다. 문화계 최고 권력자가 된 차 감독에게 줄을 잘 서야 사업을 따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는 이미 파다하다”며 답답해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