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전 검찰총장의 ‘다른’ 고백

김태규 기자

현장에서

“(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이 발동된다면 검찰총장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뜻을 전했다.” “지휘권 발동과 파장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실패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한 뒤 물러난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김 전 총장이 밝힌, 장관과의 협의 과정에서 오간 말들은 알려진 사실과 차이가 있다. 두 사람 사이에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천 장관은 “그럼 총장님 입장도 있고 하니 수사지휘서를 보낼까요?”라고 물으니 “그렇게 해 주십시오”라고 김 전 총장이 답했다고 검찰 및 법무부 관계자는 전했다. 수사지휘권 발동이 갈등의 극한에서 우발적으로 튀어나온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검찰 고위 간부는 “김 전 총장은 대검의 연구관들과 과장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부장들의 퇴진 요구에 나가는 순간까지 서운해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4일 오후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한다”며 사표를 법무부에 몰래 보낸 뒤 철회 의사를 비쳤으나, 사표를 낸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는 바람에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총장은 퇴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두 사람 사이의 대화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두 사람 사이의 이야기”라고 말을 아끼기도 했다. 또 “나의 사퇴로 모든 사태가 수습되고 정리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대검 간부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총장의 뒤늦은 ‘고백’은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지겠다”며 용퇴했다는 검찰총장의 뒷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김태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