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이정현 대표의 사무실에 불이 꺼져 있다. 벽에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 확산으로 새누리당의 지지기반마저 급속히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박-비박의 내분 격화에 핵심지지층의 탈당 분위기가 겹치면서 당이 쪼개지는 상황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여권 대선주자들은 ‘최순실 유탄’을 맞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 후보로 나서지 않을 경우를 염두에 두고 당내 입지를 다지는 한편 정계개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의 전국 17개 시·도당 사무실과 개별 당원협의회(당협),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등에는 당원들의 탈당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당 관계자들이 6일 전했다. 서울·수도권은 물론이고, 당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의 당원협의회로도 탈당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당에 대한 실망감과, 새누리당 간판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저변으로 확산해가고 있는 것이다. 당 지도부의 책임론과 거취를 둘러싼 계파 다툼까지 격화하고 있어 당원 이탈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당 일각에서는 최순실 사태가 수습되지 않고 친박 지도부가 사퇴 거부를 고수할 경우 비박계가 당을 깨고 나갈 수 있다는 전망들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최저치인 18%까지 떨어졌고 새누리당 지지자의 70%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평가하고 있다. 새누리당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이 지금 당장 탈당하겠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새누리당 간판이 유지되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탈당 도미노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권 대선 주자들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일제히 탈당 가능성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최순실 쓰나미’가 몰고올 향후 정치권의 구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에 둥지를 틀 것으로 관측됐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율이 최근 급락하는 점을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한때 친박계 핵심이었다가 비박계 대표주자가 된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지금껏 강조해온 ‘보수 혁신’과 ‘당 쇄신’을 내세워 친박이 쇠퇴한 당에 ‘합리적 대안’으로 자리잡으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 부쩍 목소리를 높여온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도 친박 지도부와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남 지사와 원 지사는 핵심당원들의 탈당 분위기와 향후 진행될 수 있는 정계개편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은 편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당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먼저 깃발을 들어줄 강력한 대선 주자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집단 탈당이 현실화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친박계가 당 주류를 차지한 당내 구도는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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