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8인 회동 퇴로 모색-
“서청원이 주로 얘기, 나머진 듣기만”
탄핵·특검 정국 빨라지자
‘이대로 가면 공멸’ 위기감
뒤늦게 퇴진카드 꺼내들어
“탄핵 지연전술” 지적도 나와
“서청원이 주로 얘기, 나머진 듣기만”
탄핵·특검 정국 빨라지자
‘이대로 가면 공멸’ 위기감
뒤늦게 퇴진카드 꺼내들어
“탄핵 지연전술” 지적도 나와
28일 서청원·정갑윤·최경환 의원 등 새누리당 친박 핵심들의 ‘박근혜 대통령 명예퇴진론’은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안 발의와 국정조사 개시, 특검 임명 등을 눈앞에 두고 돌출했다. 갑작스러운 이런 제안의 의도를 두고 당 안팎에서 여러가지 해석이 쏟아졌다. 이날 참석자들의 주장은 “탄핵은 더 큰 혼란을 가져오므로 명예롭게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국회 의결과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쫓겨나는 것보다는 스스로 물러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도 최소 40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에서 탄핵안의 국회 통과를 피하기 어렵다는 게 갈수록 확실해지자, 친박계가 박 대통령에게 경착륙보다는 연착륙의 길을 유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소멸 위기에 놓인 친박들의 자구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이정현 대표 등 친박계 지도부는 그 순간 붕괴하게 되고, 박 대통령과 함께 친박계는 ‘폐족’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친박계로서는 박 대통령이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그동안의 국민적 퇴진 여론을 받아들일 경우, 자신들도 당 안팎에서의 ‘청산’ 압박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했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명예퇴진’ 제안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친박계로서는 사실상 국민들로부터 탄핵당한 박 대통령과 결별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박 대통령 말고도 친박 핵심 그룹의 자체적인 퇴로도 되는 셈이다. 비박계의 한 의원은 “친박들이 뒤늦게 성난 민심을 확인하고 박 대통령과 선 긋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친박 중진 회동 참석자 8명 가운데 일부는 애초에 박 대통령 명예퇴진론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도 친박계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모임에서 명예퇴진론을 주도한 서청원 의원은 기자들이 ‘질서있는 퇴진 건의 의견이 나왔냐’고 묻자 “그런 이야기도 했다. 그 부분에 (의원들이) 공감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참석자는 “서 의원이 주로 얘기했고 나머지는 거의 듣기만 했다. 공감하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놓고 오찬 현장에서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각자의 의견을 전달한 형식도 특이하다. 참석자들은 애초 ‘명예퇴진론’에 의견이 일치하진 않았지만 허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가면서 통화를 할 때는 같은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이런 ‘전화 건의’는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을 충분히 나눴거나 당내 60여명으로 분류되는 친박계 전체의 뜻을 모은 것도 아니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설득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셈이다.
‘탄핵 동력을 빼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도 당 안팎에서 나왔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나 촛불 민심이 어제오늘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닌데 친박들이 왜 갑자기 저러겠냐”며 “탄핵이 다가오니까 김을 빼려는 지연전술”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다른 한편으로는 의원들을 협박·회유하면서 탄핵안 통과를 저지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년 대선을 위한 시간 벌기라는 풀이도 나온다. 탄핵 절차를 밟을 경우 언제 조기 대선이 치러질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상태가 지속되는데, 이 경우 야권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현재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 로드맵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거국내각 구성 등 좀더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정국운영의 조건을 갖춰두면, 새누리당도 다시 반전을 도모하며 정권 연장을 도모할 여지가 더 넓어질 수 있다. 벌써부터 일고 있는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 등으로의 개헌 논의가 좀더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한다. 김진철 이경미 기자 nowhere@hani.co.kr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015년 8월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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