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하고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결정 과정을 직접 지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민연금공단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는 보건복지부 실무라인을 제쳐 놓고서 청와대가 직접 국민연금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H6s▶?관련기사 4면♣?]
28일 <한겨레>가 복지부와 청와대 등 복수의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안 전 수석이 삼성 합병 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결정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연금 건은) 안 전 수석이 다 한 거다”라고 말했다. 경제수석이 주무 부처인 복지부와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을 뛰어넘어 사실상 ‘최종 지휘’한 것이다. 연금의 독립적인 의사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최종적인 지휘는 경제수석인 안종범씨가 했다. 이 사안에 고용복지수석보다 경제수석이 더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최원영 당시 고용복지수석은 의사결정에서 배제됐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은 당시 보건복지비서관실을 통로로 활용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쪽에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건에 대한 의결권 결정 방식도 청와대의 지침대로 진행됐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 4월께 “복지부에서 하지 말고, 연금공단에서 자체 결정하게 하라는 지시가 위에서 떨어졌다”며 “공단에서 우리한테 보고를 와서도 그렇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즉 청와대가 복지부의 실무라인은 놔둔 채 공단 쪽에 직접 지시했다는 얘기다. 복지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연금 쪽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있으니까, (원하는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봤던 것”이라고 말했다.
홍완선 본부장은 삼성 합병 관련 의결권 결정에 앞서 지난해 5월26일~7월7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삼성 쪽 임원을 세차례 면담했다. 지난해 10월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은 국정감사에서 “홍 본부장이 내부 투자위원회 결정도 나기 전에 이 부회장을 만난 일은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의 문형표 전 장관 또한 안 전 수석과 호흡을 맞춰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와 문형표가 다 한 일이다. (안종범이) 문형표한테 직접 전화해 처리했다는 건 복지부 고위 관계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을 잘 아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연기금마저 사익화했다. 안 전 수석과 문 전 장관, 홍 전 본부장 등을 동원해 삼성의 숙원 사업을 해결해줬다. 삼성도 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다”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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