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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청문회 밉상’ 이완영 집중 탐구

등록 2016-12-08 17:10수정 2016-12-08 17:36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저녁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서 연 청문회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회의장을 나서며, 자신의 조퇴문제를 제기한 이완영 새누리당 간사에게 인사한 뒤 돌아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저녁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서 연 청문회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회의장을 나서며, 자신의 조퇴문제를 제기한 이완영 새누리당 간사에게 인사한 뒤 돌아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최순실, 우병우 등 핵심 증인들이 출석을 거부하면서 파행이 예고됐던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그러나 장제원(새누리당)과 박영선(더불어민주당) 등 국회의원과 누리꾼의 활약으로 청와대가 구매한 대량의 주사제를 박근혜 대통령이 처방받은 사실,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경호실도 모르는 ‘보안손님’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최순실을 모른다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주장이 위증으로 드러난 일 등의 결실도 있었습니다.

재벌의 행각을 ‘조폭'에 빗대 비판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보직을 걸고 최순실씨의 전횡에 맞선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증언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순실씨의 범행 일부에 연루된 고영태씨도 거침없는 증언으로 부정적 평가를 조금이나마 덜어냈습니다.

이렇게 ‘청문회 스타’가 된 사람도 있지만, 맥을 끊는 물타기성 질문과 증인 감싸기로 ‘밉상’으로 찍힌 이도 있습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한겨레>가 그의 막말 역사를 짚어봤습니다.

1. 2014년 세월호 유가족 모욕

세월호 가족대책위 모니터링단은 2014년 6월30일 세월호 국정조사 당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거나 유가족을 모욕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이었습니다. 대책위는 “이 의원은 다른 의원의 질의 시간에 장시간 조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 자리에서 숙면을 취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여론은 분노했으나, 그는 되레 화를 냈습니다.

-별것도 아니다. 여기 들어와보라. 다 졸고 있다. 생리 현상 가지고 그러는 건 좀 아니지 않냐.

문제는 불성실한 태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완영 의원은 국정조사 기간 내내 유가족을 조롱하고 인격을 모독하는 언사를 반복했습니다. 그는 지지부진한 국정조사에 분노한 세월호 유가족을 비아냥거렸습니다.

-경비는 뭐하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는 유가족에게는 언성을 높였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말했느냐, 조용히 하라.

이완영 의원의 막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해경 기관보고에서는 급기야 유가족들을 “이성이 없다”며 직접 비하하기까지 했습니다.

-구조는 정부가 전문성을 갖고 하면 되고, 가족들과는 소통 차원에서 하면 된다. 가족에게 전문지식이 있나, 이성이 있나.

세월호 사태의 정부 책임을 묻는 단체인 '검은티행동' 소속 회원이 국회 앞에서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의 일부 의원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팻말을 든 채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세월호 사태의 정부 책임을 묻는 단체인 '검은티행동' 소속 회원이 국회 앞에서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의 일부 의원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팻말을 든 채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 “미국은 경찰이 시민에 총 쏘면 대부분 정당하다 반응”

2015년 11월14일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살수차에 직격당해 중태에 빠진 지 이틀 뒤인 16일 오전, 새누리당 초·재선의원 모임 '아침소리'에서 이완영 의원은 '선진국의 공권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미국 경찰들이 총을 쏴 시민들이 죽으면, 80~90%는 정당하다고 나온다. 이런 게 선진국의 공권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폴리스 라인을 벗어나면 경찰이 그대로 패 버리지 않느냐. 그게 오히려 정당한 공권력으로 인정받는다.

누리꾼들은 노골적으로 ‘폭력 진압’을 주문하는 이완영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한국판 킬링필드’를 주문했던 차지철 전 경호실장에 빗대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무도한 발언이 국회의원 입에서 나오다니… 1979년 차지철의 발언이 떠오른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차지철은 박정희 전 대통령 앞에서 “킬링필드에서 200만~300만 죽이고도 까딱없으니 우리도 100만쯤 죽여도 문제없다”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3. 2016년 지역구 주민 상대 ‘종북몰이’

이완영 의원은 2016년 9월30일 국회에서 열린 ‘당 북핵·사드본부 간담회’에서 미군 사드 기지 성주군 배치에 찬성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성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제3후보지를 말씀해주시고 장관님께서 후보지를 물색해서 오늘 결정해주심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특히 아직도 우리 성주군의 좌파 종북 세력들이 반대는 하고 있지만, 다수 성주 군민들은 오늘 결정에 아마 환영하리라고 저는 믿고 있다.

제3후보지를 포함해 성주군 어디에도 사드 기지를 배치할 수 없다고 주장해온 주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촛불시위를 주도해온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는 이완영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심지어 이완영 의원의 추천으로 지방의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소속 성주군 의원들조차 무차별 종북몰이에 반발했습니다. 김명석·곽길영·백철현·배명호 상주군 의원은 지난 10월5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완영 의원을 강력하게 성토했습니다.

-삶의 절반 가까이 새누리당원으로 활동해온 우리가 이런 언행의 당사자가 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단지 사드를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좌파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인 행위에 억울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경북 성주군 성주군의회 본회의장에서 김명석·곽길영·백철현·배명호 성주군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완영 의원의 ‘좌파 종북세력’ 발언의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경북 성주군 성주군의회 본회의장에서 김명석·곽길영·백철현·배명호 성주군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완영 의원의 ‘좌파 종북세력’ 발언의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4. 2016년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 첫날인 지난 6일,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개회 전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에게 쪽지를 건넸습니다.

-정몽구, 손경식, 김승연 세 분은 건강진단서 고령 병력으로 오래 계시기 매우 힘들다고 사전 의견서를 보내왔다. 지금 앉아 계신 분 모습을 보니 매우 걱정된다. 일찍 보내는 배려를 했으면 한다.

엄중한 범죄인 ‘뇌물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증인으로 소환한 재벌 총수들을 ‘고령’을 이유로 조퇴시키자는 황당한 주장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완영 의원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쪽지를 보냈다고 해명했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민원청탁'을 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재벌 지킴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구미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다가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의 1/3만 구미나 한국으로 오면 좋겠다.

구미는 그의 지역구와 맞닿은 공업 도시입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촌각을 다퉈야 할 소중한 질의 시간에 온 국민 앞에서 대기업 총수에게 지역구 민원을 청탁한 이 장면은 이번 청문회 최악의 순간으로 꼽힐만합니다.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이완영 새누리당 간사가 작성해 김성태 국조위원장에게 전달한 메모를 김 위원장이 읽고 있다. 정몽구, 손경식, 김승연 세 재벌그룹 회장을 먼저 돌려보낼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이완영 새누리당 간사가 작성해 김성태 국조위원장에게 전달한 메모를 김 위원장이 읽고 있다. 정몽구, 손경식, 김승연 세 재벌그룹 회장을 먼저 돌려보낼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완영 의원은 대기업 총수에게는 관대했지만, 증인들에게 불리한 발언을 하는 참고인에게는 엄격했습니다. 재벌들의 전횡을 ‘조폭’에 비유한 주진형 전 대표에게 “연임하지 못한 이유가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가 “이게 국정농단 의혹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곧바로 반격당하자 “나가라”며 화를 내기까지 했습니다.

둘째 날에도 이완영 의원의 활약은 계속됐습니다. 최순실 등 불출석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에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의 간사 자격을 거론하며 발목을 잡는가 하면, 증인으로 출석한 고영태씨에게 개인 신상에 관한 자극적인 질문을 던져 청문회 분위기에 찬물을 뿌리기까지 했습니다.

-최순실 씨를 존경하는가? 좋아하는가?

맥락 없는 질문에 방청석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청문회 기간 내내 이어진 이완영 의원의 좌충우돌 행각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농단 세력”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우리 국민이 이번 국정조사 청문회를 통해 알아야 하는 건 자극적인 개인의 사생활이 아니라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주고 무슨 대가를 받았는지’입니다. ‘국민만 피해자로 만드는’ 정경유착의 실체를 밝혀야 할 엄중한 순간에 대기업에 줄을 대고, 청문회를 방해하고, 국정농단과 무관한 개인의 염문을 캐묻는 국회의원, ‘국민의 대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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