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저녁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국회에서 연 청문회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회의장을 나서며, 자신의 조퇴문제를 제기한 이완영 새누리당 간사에게 인사한 뒤 돌아서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별것도 아니다. 여기 들어와보라. 다 졸고 있다. 생리 현상 가지고 그러는 건 좀 아니지 않냐.문제는 불성실한 태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완영 의원은 국정조사 기간 내내 유가족을 조롱하고 인격을 모독하는 언사를 반복했습니다. 그는 지지부진한 국정조사에 분노한 세월호 유가족을 비아냥거렸습니다.
-경비는 뭐하냐?분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는 유가족에게는 언성을 높였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말했느냐, 조용히 하라.이완영 의원의 막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해경 기관보고에서는 급기야 유가족들을 “이성이 없다”며 직접 비하하기까지 했습니다.
-구조는 정부가 전문성을 갖고 하면 되고, 가족들과는 소통 차원에서 하면 된다. 가족에게 전문지식이 있나, 이성이 있나.
세월호 사태의 정부 책임을 묻는 단체인 '검은티행동' 소속 회원이 국회 앞에서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의 일부 의원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팻말을 든 채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미국 경찰들이 총을 쏴 시민들이 죽으면, 80~90%는 정당하다고 나온다. 이런 게 선진국의 공권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폴리스 라인을 벗어나면 경찰이 그대로 패 버리지 않느냐. 그게 오히려 정당한 공권력으로 인정받는다.누리꾼들은 노골적으로 ‘폭력 진압’을 주문하는 이완영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한국판 킬링필드’를 주문했던 차지철 전 경호실장에 빗대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무도한 발언이 국회의원 입에서 나오다니… 1979년 차지철의 발언이 떠오른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차지철은 박정희 전 대통령 앞에서 “킬링필드에서 200만~300만 죽이고도 까딱없으니 우리도 100만쯤 죽여도 문제없다”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3. 2016년 지역구 주민 상대 ‘종북몰이’ 이완영 의원은 2016년 9월30일 국회에서 열린 ‘당 북핵·사드본부 간담회’에서 미군 사드 기지 성주군 배치에 찬성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성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제3후보지를 말씀해주시고 장관님께서 후보지를 물색해서 오늘 결정해주심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특히 아직도 우리 성주군의 좌파 종북 세력들이 반대는 하고 있지만, 다수 성주 군민들은 오늘 결정에 아마 환영하리라고 저는 믿고 있다.제3후보지를 포함해 성주군 어디에도 사드 기지를 배치할 수 없다고 주장해온 주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촛불시위를 주도해온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는 이완영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심지어 이완영 의원의 추천으로 지방의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소속 성주군 의원들조차 무차별 종북몰이에 반발했습니다. 김명석·곽길영·백철현·배명호 상주군 의원은 지난 10월5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완영 의원을 강력하게 성토했습니다.
-삶의 절반 가까이 새누리당원으로 활동해온 우리가 이런 언행의 당사자가 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단지 사드를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좌파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인 행위에 억울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경북 성주군 성주군의회 본회의장에서 김명석·곽길영·백철현·배명호 성주군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완영 의원의 ‘좌파 종북세력’ 발언의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정몽구, 손경식, 김승연 세 분은 건강진단서 고령 병력으로 오래 계시기 매우 힘들다고 사전 의견서를 보내왔다. 지금 앉아 계신 분 모습을 보니 매우 걱정된다. 일찍 보내는 배려를 했으면 한다.엄중한 범죄인 ‘뇌물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증인으로 소환한 재벌 총수들을 ‘고령’을 이유로 조퇴시키자는 황당한 주장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완영 의원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쪽지를 보냈다고 해명했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민원청탁'을 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재벌 지킴이’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구미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다가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의 1/3만 구미나 한국으로 오면 좋겠다.구미는 그의 지역구와 맞닿은 공업 도시입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촌각을 다퉈야 할 소중한 질의 시간에 온 국민 앞에서 대기업 총수에게 지역구 민원을 청탁한 이 장면은 이번 청문회 최악의 순간으로 꼽힐만합니다.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이완영 새누리당 간사가 작성해 김성태 국조위원장에게 전달한 메모를 김 위원장이 읽고 있다. 정몽구, 손경식, 김승연 세 재벌그룹 회장을 먼저 돌려보낼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최순실 씨를 존경하는가? 좋아하는가?맥락 없는 질문에 방청석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청문회 기간 내내 이어진 이완영 의원의 좌충우돌 행각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농단 세력”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우리 국민이 이번 국정조사 청문회를 통해 알아야 하는 건 자극적인 개인의 사생활이 아니라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주고 무슨 대가를 받았는지’입니다. ‘국민만 피해자로 만드는’ 정경유착의 실체를 밝혀야 할 엄중한 순간에 대기업에 줄을 대고, 청문회를 방해하고, 국정농단과 무관한 개인의 염문을 캐묻는 국회의원, ‘국민의 대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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