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26일 삼성전자가 최순실씨 모녀 소유 코레스포츠와 맺은 컨설팅 계약서.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삼성전자가 최순실씨 모녀 소유 코레스포츠와 맺은 컨설팅 계약서는 계약 당사자에서부터 체결 시점, 내용 등 수상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계약서는 삼성이 최씨 모녀한테 재화와 용역 제공뿐만 아니라 거기에 수수료까지 얹어 주는 구조다. 일종의 ‘이중지원’인 셈이다. 최씨 모녀는 자신들이 필요한 승마 관련 물품과 서비스를 삼성 돈으로 사 맘껏 이용하면서, 자신들이 소유한 회사에서 이를 관리 및 대행해준다는 명목으로 별도의 수수료까지 챙겼다.
사실상 최씨 모녀를 위해 200억원이 넘는 지원을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수수료율 또한 통상적이지 않다. 삼성은 최씨 딸 정유라씨가 마장(훈련장)과 숙소 임대 등 운영비를 지출할 경우 그 비용의 15%를 수수료로 코레스포츠에 지급했다. 수수료율 또한 계약 기간(2015년 8월~2018년 12월)인 41개월 동안 그대로 보장했다. 예를 들어서 정씨가 이 기간 내내 삼성이 빌린 마장을 공짜로 이용하면, 마장 이용료인 82만유로(약 11억2000만원)의 15%인 약 1억7천만원을 수수료 수입으로 얻게 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회계사는 “보통 수수료는 대행 업체가 지불한 비용에서 서비스 제공을 고려해 책정하는데, 이번 계약은 특이하게도 삼성이 지출하는 비용을 기준으로 했다. 원가인 비용의 15%까지 수수료로 챙겨준다는 것은 수상해 보인다. 수수료율도 삼성이 국내 하청업체들한테 보장해주는 이익률에 비해 크게 높은 편이다. 보통 해가 갈수록 이익률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계약기간 내내 같은 수수료율을 약속한 것도 이상해 보인다”고 말했다.
말과 수송차량 구입과 관련해서는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적은 5%다. 예를 들어서 삼성이 10억원을 주고서 명마 비타나브이를 사 정씨에게 제공했다면, 정씨는 공짜로 말을 타면서 동시에 수수료 명목으로 5천만원의 부수입을 얻는다.
삼성은 최씨 모녀한테 지원한 금액이 컨설팅 계약에 따른 정상적인 상거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계약서상 승마선수 6명을 지원 대상으로 삼았지만, 삼성이 지난 9월 계약을 파기하기 전까지 혜택은 온전히 정씨에게만 독점적으로 돌아갔다. 삼성은 정씨 이외엔 지원 조건을 충족한 선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정씨를 지원하려는 게 아니라 여러 선수들을 지원하려 했다. 승마협회 내부 문제로 선수가 선발이 되지 않으면서 정씨만 (삼성이 산) 말을 몇번 탔다”고 말했다.
삼성의 계약 상대인 코레스포츠는 최씨 모녀 소유란 사실 이외에도 실적이 전혀 없는 회사란 결격 사유가 있었다. 사실상 계약 체결 당일 설립된 회사였다. 당연히 41개월 동안 승마 선수들의 독일 전지훈련을 지원 및 관리할 만한 실적 또한 전혀 없는 업체였다. 삼성이 굳이 이런 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어려워 보인다. 최씨 모녀 지원을 위한 ‘맞춤형 계약’으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류이근 이완 기자
ryuyige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