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후임자인 안토니오 구테헤스의 취임 선서식에서 연설을 한 뒤 손을 흔들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 임기 단축이 필요하면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충북 지역 경대수(재선·증평진천음성)·박덕흠(재선·보은옥천영동괴산)·이종배(재선·충주) 의원은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반 총장을 만나 이런 입장을 확인했다고 27일 전했다.
이들이 개헌 의사를 묻자 반 총장은 “1987년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 대선 전에 개헌이 어렵다면 정권 초기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반 총장은 의원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에 따라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개헌이 되면 유연하게 맞춰야 하지 않겠냐”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차기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상반기까지이지만,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 맞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할 수도 있다고 동의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개헌을 고리로 한 대선 연대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반 총장도 문을 열어둔 셈이다.
새누리당 분당과 관련해 반 총장은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경 의원 등이 “어디로 가겠다고 정하기엔 국내 상황도 좋지 않고 하니 귀국해서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상황을 본 뒤에 행보를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자, 반 총장은 “잘 알겠다”고만 답했다고 한다. 경 의원은 “반 총장의 귀국 뒤 거취가 정해진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반 총장은 최근 <시사저널>이 보도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 수수설’과 관련해 “시사저널에서 (금품수수설 확인 요청) 이메일이 왔더라. ‘터무니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냈다”며 어이없어 했다고 경 의원은 전했다. 반 총장은 “박 전 회장과 그럴 관계도 아니고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에서의) 행사 중간에 와서 돈 주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경 의원 등은 “반 총장이 귀국 시점은 애초 계획한 1월15일 전후가 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면담은 경 의원 등이 이달 초 요청해 성사됐고, 저녁식사를 하며 2시간3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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