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평화그룹(IWPG) 김남희 대표와 악수하는 영상 공개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종교단체 신천지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여성이 대표로 있는 여성단체 홍보영상에 등장해 이 여성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다.
29일 CBS 노컷뉴스 보도와 유튜브 영상 등을 종합하면, 세계여성평화그룹(IWPG·International Womens Peace Group)은 지난 10일 유튜브에 ‘On Air IWPG AR’라는 제목의 홍보영상을 공개했다. 세계여성평화그룹은 신천지 이만희 교주의 후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김남희 사단법인 만남 대표가 대표를 맡고 있다. 영어와 아랍어로 소개되는 영상을 보면, 김남희 대표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계여성평화그룹 활동을 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영상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김남희 대표와 악수하고 있는 장면이 잠깐 등장한다.
신천지는 이만희 총회장을 중심으로 1960년대 개신교 신종파 운동에 뿌리를 둔 신흥 기독교 종교다. 김남희 대표는 연로한 이만희 총회장의 뒤를 이어 신천지 차기 총회장에 오를 후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 기간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신천지 연루설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이 벌인 진실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온라인상에는 박근혜 후보가 신천지 교회와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고, 신천지 핵심 인사들이 박근혜 캠프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는 주장이 빠르게 퍼졌다. ‘새누리’라는 당명을 한자로 옮기면 ‘신천지’가 된다는 그럴듯한 풀이까지 덧붙여졌다. 새누리당은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영상이 공개되면서 ‘반기문 신천지’는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신천지는 개신교가 인정하지 않는 이단”이라거나 “그가 실제로 교인이건 아니건 신천지라는 종교에 우호적이라는 거 자체가 문제 아닌가”, “한국 현대사와 함께 한 사이비 신흥 종교들의 복마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유엔지원SDGs한국협회는 이에 대해 “IWPG는 2013년 유엔 공보국에 등록된 NGO”라며 “IWPG 김남희 대표가 참가한 대회는 2015년 3월8일 뉴욕에서 개최된 세계 여성의 날 유엔 기념 행사이며, 유엔 NGO들은 이 행사에 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이날 반기문 총장은 행사에 참가한 수많은 단체 대표, 또는 단체 참석자들 중 희망자와 사진을 찍었을 뿐 단체 대표를 특정해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협회는 이어 “따라서 신천지와 반기문 총장과의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신천지 홍보팀 관계자도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세계여성평화그룹은 신천지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단체”라며 “김남희 대표는 신천지 교회에 다니는 한 명의 교인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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