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왼쪽)과 김숙 전 유엔대표부 대사
지난해 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박연차 23만달러 수수설’ 보도에 “황당무계한 음해”라며 적극 대처한 이는 김숙 전 유엔대표부 대사다. 해당 언론사를 지난 4일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사실을 공개한 이도 김 전 대사다. 반 전 총장의 최측근이자 국내 비서실장 격인 김 전 대사와 더불어, 오준 전 유엔대표부 대사와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 등 ‘외무고시 12회 3인’은 외교관 출신 측근 그룹으로 꼽히며 서울 광화문 사무실을 중심으로 ‘반기문 캠프’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유엔에서 반 전 총장의 의전을 맡다가 지난해 청와대로 옮긴 윤여철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과 반 전 총장을 잇는 매개 역할을 할 예정이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상황이 바뀌었다.
반 전 총장의 외교관 후배이며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동문인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정무 쪽을 맡아 외교관 그룹과 함께 뛰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미국에서 반 전 총장을 세차례 만났다. 역시 외교관 출신인 심윤조 전 새누리당 의원도 함께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의 정진석 의원 등 충청권 의원들이 지원 그룹으로 꼽힌다. 정 의원은 김종필 전 총리와 반 전 총장을 연결하는 구실을 해왔다. 새누리당의 충청권 의원 13명 중 상당수가 반 전 총장을 따를 준비를 하고 있다.
친이명박계 인사들도 눈에 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메시지 관리와 홍보 등을 자문하고 있고,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정책 조언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내고 일정·메시지·정책 등을 다듬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합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친박계로 분류됐던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도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다고 한다.
광화문과 마포에 나뉘어 있는 캠프는 반 전 총장 귀국 이후 여의도 국회 앞으로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문 사단의 핵심은 김숙 전 대사로 꼽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외교관 그룹과 정치권 그룹의 ‘유전자’가 다른데다 반 전 총장이 두 그룹을 아직까지 조율한 바 없어 알력이 불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 전 총장을 돕는 원로 그룹으로는 노신영·한승수 전 총리가 주로 꼽힌다. 노·한 전 총리와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신경식 헌정회장 등은 지난해 5월 반 전 총장 방한 때 비공개 오찬을 했다. 안홍준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장청수 전 노무현·이명박 대통령 통일고문이 상임공동대표로 200여명이 참여하는 ‘인망정책포럼’도 지난해 5월부터 활동하며 반 전 총장을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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