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정치행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지난 12일 귀국 직후 내놓은 메시지에 대해 13일 더불어민주당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고, 국민의당은 정체성부터 명확히 하라고 했다. 반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의 “정치교체” 선언에 의미를 부여하며 전보다 더 적극적인 태도로 구애의 메시지를 보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반 전 총장 말처럼 이명박·박근혜 정권 세월은 퇴행과 퇴보의 세월이었을 뿐인데, 우리나라를 총체적 난관으로 몰아간 사람들이 바로 반 전 총장 옆에 있는 ‘이명박근혜’ 정권 사람들이다”라며 “10년간 나라를 망치며 기득권과 패권을 누린 사람들과 도대체 무엇을 함께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반 전 총장 친인척의 뇌물죄 의혹을 거론하며 “친인척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반 전 총장이 국내에서 대통령 후보로 뛸 것처럼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국제 사회가 궁금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도 “어제 반 전 사무총장의 데뷔전은 실패했다. 특별한 비전과 메시지도 없게 일관했다”고 평가했다. 우 원내대표는 “정치교체를 말했는데, 정치교체보다 옆에 서계신 분부터 교체해야 될 듯 하다”라며 “그 면면으로 정권교체를 한다면 ‘택도 없는 소리’란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중진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당의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 및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한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 당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반 전 총장은 어제 자신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은 한국에 침을 뱉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에 대해 근거없는 음해를 하고 침을 뱉은 두 보수정당과 손을 잡는 것은 자기 모순이 된다”며 “두 정당에 대해 혹시 모를 미련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반 전 총장에 대해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여당 후보인지 야당 후보인지 입장부터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원 및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반 전 총장과 거리두기를 하는 야권과 달리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그의 귀국 뒤 행보에 호의적인 평가를 이어갔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이며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된다는 말씀을 적극 공감한다. 반기문 전 총장께서도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서는 반드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세계무대에서 한국정치를 보아온 반기문 전 총장께서 이제 논평가가 아니라 현실 정치인이 되었다”면서 “반 전 총장께서 정치교체와 패권 청산이라는 대한민국의 최대 과제를 이뤄내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실천해 가는지 새누리당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이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준비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가운데는 주호영 원내대표. 오른쪽은 이종구 정책위의장.연합뉴스.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도 이날 창당준비위 전체회의에서 “반 전 총장께서 국민대통합, 약자인권, 정치교체를 선언했다. 정치교체를 선언한 것에 대해서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나라를 대표해 세계의 사무총장으로서 10년 동안 공직을 하다 들어오는 사무총장에 대해 야당 대권주자나 당 지도부의 평가가 인색하기 그지 없다. 진정한 정치교체는 이러한 옹졸한 정치를 바꾸고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왕적 패권주의와 기득권 안주하는 정치, 지금에 맞지 않는 87년 체제, 이런 것에 대해서 반 전 총장이 명확하게 해야 진정한 정치교체의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며 “많은 기대를 한다”고 덧붙였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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