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오른쪽)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일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아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만났다. 자승 총무원장이 2010년 반 전 총장을 만났던 인연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며 인권 보호를 언급하자, 반 전 총장은 “소수 성 보유자, 그들에 대한 차별이 금지돼야 한다는 건 유엔의 기본 원칙”이라고 호응했다. 반 전 총장은 “제가 (이 원칙을) 강조했는데, 한국에서 저에 대해서 (보수 기독교계 등에서) 그런 면에서 비판이 있다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기독교 대표 지도자들을 만나면 말씀드리려고 하는데, 유엔 헌장상 어떤 사람도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으면 안 된다. 사람을 차별하고 소외시키고 이러면 갈등의 씨가 뿌려진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재직 시절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LGBT) 등 성소수자 차별 철폐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자승 총무원장은 반 전 총장의 “나쁜 놈들” 발언을 의식한 듯, “흠집내는 기자들 악수 한 번 더 해주고, 반대 피켓 든 사람 한 번 더 껴안아 주라”고 당부했다. 반 전 총장은 “알겠다. 열린 마음으로 국민만 보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면담에 배석한 박진 전 의원이 전했다. 반 전 총장은 또 자승 총무원장이 “이 길 가는데 소낙비가 쏟아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시라. 허물과 험담도 낙으로 생각하시라”고 하자 “그런 것들이 다 공부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자승 총무원장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조만간 정치 지도자들을 일정을 잡아서 가능한 대로 빨리 만나게 될 것”이라며 정치행보 본격화를 알렸다. 그는 설 전에 정의화 전 국회의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만날 예정이며,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과도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 구성에 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이날 아침 정세균 국회의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당은 결정하셨냐”는 물음에 “못했다. 많은 분이 백가쟁명과도 같은 말씀을 주신다. 창당하는 게 좋다, 여기 가는 게 좋다, 연대하는 게 좋다 등등이다. 많이 듣고 깊이 생각하겠다”고 답했다.
반 전 총장은 정 의장에게 “북한은 아이시비엠(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얘기한다. 우린 국내 정치에 함몰돼 이런 문제에는 소홀히 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라며 “안보는 당연히 중요하다고 하면서 신경은 잘 안 쓰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의 정책 분야를 도와온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이날 기자들에게 “반 전 총장을 존경하고 개인적 친분이 있어 귀국 준비를 도왔으나, 귀국이 마무리되고 역할이 끝나 원래의 일상 생활로 다시 돌아간다”고 밝혔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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