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2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헌법 위배’ 사항 중심으로 수정해 헌법재판소에 내기로 했다. 헌재의 탄핵심판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에서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인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국제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의 범죄행위 중 사실관계는 살리되 법률적 평가를 정리해 구체적인 죄명을 삭제하고 헌법 위배 사항 위주로 탄핵소추안을 재작성해 되도록 다음주 초까지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탄핵소추안의 탄핵소추 사유는 5가지 헌법 위배행위와 3가지 법률 위배행위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탄핵심판에서 구체적인 범죄 사실에 대한 유·무죄를 가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어, 구체적인 범죄 사실관계는 그대로 포함시키면서 이를 헌법 위배행위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논리를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뇌물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등을 적용하는 대신 재산권 보장(헌법 제23조 제1항), 시장경제질서(헌법 제119조 제1항) 등의 헌법 조항을 위배한 것으로 다시 정리한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탄핵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고,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잘못했을 경우 징계처분하는 성격을 갖는 행정소송”이라며 “구체적인 범죄 사실에 대한 유·무죄는 형사재판에서 가려야 할 사안임에도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것은 국회가 탄핵심판을 잘못 이해한 것이어서 우리 스스로 과오를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탄핵소추안 변경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과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추위원단은 또 애초 신청했던 28명의 증인도,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K) 이사, 케이스포츠재단의 정현식 사무총장, 노승일 부장, 박헌영 과장 등 5명만 남겼다. 기존 증인 상당수가 검찰 조사를 이미 받았고 헌재가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는 이유에서다. 증인 숫자가 줄면 탄핵심판 절차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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