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자신에게 붙은 ‘기름 장어’란 별명을 두고 “나를 좋은 뜻에서 평가하기 위해 나온 말”이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기름 장어란 별명은 유엔으로 떠나는 저에게 외교부 출입 기자들이 ‘어려운 일을 매끄럽게 잘 풀어 나간다’는 의미로 붙여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반 총장은 함께 올린 영상을 통해서도 “외교관이나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중요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용어를 어떻게 취사선택하느냐, 어려운 문제를 상대방이 기분 좋게 받아들이면서 그(자신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동서독 통일의 주역으로 꼽히고 있는 한스-디트리히 겐셔(Hans-Dietrich Genscher) 전 외무장관의 예를 들어 ‘기름 장어’ 별명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한스-디트리히 겐셔가 사망하자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가 ‘미끄러운·약삭빠른 사람(Slippery man)의 죽음’이라고 평가했다며 “결과적으로 ‘기름 장어’든지 ‘기름 바른 사람’이든지 외교를 통해서 당시 어려운 냉전하에서 미국과 소련, 프랑스, 영국 등 주변의 국가들과 관계를 잘 맺음으로써 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이런 면에서 높이 평가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해를 하면 ‘기름 장어’란 말이 아주 좋은 말로도 해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마지막으로 ‘귀국하자마자 왜 이렇게 강행군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국민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려고 한 것”이라며 “그래도 다 만나야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반 전 총장의 이번 자평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에서 많은 사람들이 ‘왜 기름 장어라고 불리는지’에 대해 묻자 이에 대한 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반 전 총장은 “앞으로도 질문하신 것들을 모아 궁금증을 풀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