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스튜디오에 모여 합동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국회사진기자단
“탄핵 사태로 빚어진 국론분열을 통합할 방안은 무엇인가.”
첫 질문이 떨어지자 문재인·안희정·이재명·최성 후보들은 기다렸다는 듯 날 선 답변을 쏟아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처음으로 열린 1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는 이전보다 훨씬 긴장감 있게 진행됐다. 탄핵이 결정되기까지 당의 단일대오를 해쳐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 속에 서로에 대한 공격을 자제했던 후보들은 이날 토론에서 상대방 주장의 논리적 허점을 매섭게 파고들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적극적 공세에 나섰다.
■ ‘통합’ 소신 두고 날 세운 후보들 ‘탄핵정국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전망 속에서, 후보자들은 ‘대연정’, ‘소연정’, ‘야권연합정부론’ 등 저마다 다른 통합의 방법론을 펼쳐냈다. 크게는 “대연정만이 국민을 통합하고 개혁할 유일한 수단”이라고 강조하는 안희정 후보와 “국정농단 세력이랑 하는 건 진정한 통합이 아니다”(최성), “통합과 봉합은 다르다”(이재명), “정치인들끼리 모이는 게 통합은 아니다”(문재인)라고 주장하는 나머지 세 후보 간에 ‘1 대 3’ 전선이 그어졌다.
안 후보는 여야가 5당으로 쪼개져 있어 합의를 이뤄내기 힘들다는 ‘현실론’을 들어 “(대연정을 통한) 180석 이상이 아니면 개혁입법을 이뤄낼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다른 후보들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한 축인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지 않고서도 개혁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맞섰다. 문 후보는 “(안 후보의) 대연정에는 의회의 다수파가 되겠다는 것 외에 다른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하는 대연정은 도저히 수긍이 가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 시장은 “적폐세력과 손을 잡고 적폐를 청산하는 제도를 만드는 자체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와 이 후보는 5당 체제란 현실적 제약을 “국민과 함께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특히 지지율 1·2위인 문재인·안희정 두 후보 사이의 논쟁이 치열했다. ‘친노무현계’로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탓에 두 사람은 그간 서로에 대한 적극적 비판을 피해왔지만, 본격적 경선이 시작되면서 상대방을 향해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문 후보는 “대연정은 민주당의 당론이 아니다”라며 “안 후보가 민주당 의원, 당원, 지지자들이 반대하는 대연정을 주장하는 건 독단적”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이에 “대연정은 내각 구성에 있어서 대통령의 인사권을 의회와 함께 논의하는 것이니 당선자 입장에서 정당에 제안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국민 70% 이상이 연정에 동의한다는 점에서 정당정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이어 “문 후보가 소연정을 하자고 하지만 국민의당조차 손잡지 않는다고 하는데 복안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 문재인 ‘리더십 부족’ 집중 공격 통합론 논란은 문 후보의 ‘리더십 부족’에 대한 직격탄으로도 이어졌다. 안 후보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해 김한길·박지원·안철수·손학규 등 민주당 지도부를 지낸 이들이 문 후보의 정치 입문 뒤 모두 당을 떠났음을 지적하며 “당내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효과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대한민국 지도자가 되면 분열과 갈등을 어떻게 통합해내겠느냐”고 따졌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전직 당 대표들의 탈당이) 당내 권력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으나, 우리 당 혁신 과정에서 혁신에 반대한 분들이 당을 떠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문 후보의 경선 캠프 및 외곽 자문·지지그룹 등에 참여하는 ‘문제적 인사’들을 거론하며 이러다간 ‘기득권 대연정’이 된다는 비판을 펼쳤다. 그는 “문 후보 주변에 인정하기 어려운 기득권자가 모인다”며 “문 후보 주변에서 그들이 권력을 행사하면 기득권자 중심의 권력 정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사람을 부패한 기득권자나 친재벌로 딱지를 붙이는 것은 우리가 늘 들어왔던 종북좌파 딱지와 다를 바 없다”며 “중도나 합리적인 보수우파까지 확장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날 토론은 지상파 방송 5사 공동으로 진행됐다. 이정애 하어영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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